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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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13

소하 0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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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선 시인



석양의 시간은 가고


                    조희선


하루를 잃을까 안간힘 모을 때

너의 얼굴은 불콰해졌고

네 앞에 선 나의 얼굴도 물들었다


도둑고양이 걸음의 먹물 농도가

짙어질 즈음

그를 껴안은 논개의 가락지 열 개,

마지막 빛을 던진다


몸을 말아 쥔 영혼

어느덧 까만 도화지에 스며들면

드문드문 박힌 애절한 등불은

별이라 불러달라지만, 나는

야화의 외출이라 이름 짓는다


세상은 둥글다던가, 하지만

눈앞에는 펼친 평면이다, 새까만


동그라미는 의미를 잃었고

나의 것이 아니다

너에게도 똑같은 무게로 주어졌지만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처럼

잃었던 그 시간을 찾아서 간다

긴듯 아닌 듯 의문의 긴 꼬리 감춘 채



♣조희선 프로필♣

시인. 수필가 한맥 문학 시 등단

서울 문학 수필 등단 가슴울리는 문학 고문

미소 문학 정회원 한양 문학 정회원


♧시 감상평 / 시인 박선해♧

시인의 집에서 가장 높은 곳, 옥상에 오르면 동, 서, 북으로

두른 산과 남으로 탁 트인 곳에서는

구릉 사이로 언뜻언뜻 바다가 나타난다.

그 곳은 가장 사랑하는 장소이다.

저물녘 옥상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는 것은 시인의 취미이다.

설렘이 공존하는 곳, 그곳에는

스러지기전 자신을 활활 태우며 명멸의 길을 가는 태양이 있다.

까만 밤하늘이 외로울까 동무 되어주는 별이 있다.

내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어떤 날은 찬란한 빛이,

어떤 날은 유난히도 붉은 빛이 번지듯 물들이는 서쪽 하늘이 있다.

우리는 일상의 어떤 자연 현상이 진로의 조력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정서적으로 물든다면 평온한 구상으로 이어진다.

어떤때는 특별한 형상이 박혀 와 마음에 파동을 준다.

그래서 들썩이든 심중이 안정이 되고 환경에 물드는

우리는 경이로운 생명이 반짝이고 곧 내일은 또 다른 삶이 기다린다.

한적한 고요가 외려 강인한 힘으로 다스려진다.

'몸을 말아 쥔 영혼'의 심안이 흑묵같은 탐미의 시학이 발현되리라.

 이끌어 내는 시인의 충만한 시간이 공감으로 오는 시간이다.

정신적 영역은 시인의 면모에 조화를 이룰것이다.

그 저무는 나날도 생애 고뇌에 깃든 가면이었다가

신명있는 자연은 영롱한 하루를 선사한다.

삶이란 이렇듯 달랑달랑 운치라고 해도 되겠다.

삶의 무게위에 사랑하고 아낌이 있는 날들도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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