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이형복 시인편 1
이형복 시인
내가 내게
이 형 복
너만 홀로 외롭던 것은 아니야
모두들 그렇게
아닌 척은 하지만
홀로 있었던 것이야
외로움쯤은 무언지 전혀 모르는 듯 웃고 계시는
저 부처님마저 혼자여서 어떤 날은
외로움 달래보려 독경을 하시곤 한다더라니까.
어때 너만 혼자인 것이 아니라니
이제 그 외로움 조금 엷어졌어.
어쩌겠어, 그게 우리들의 숙명이라는데
아무리 그것이 우리들의 숙명이라 하더라도
아흔 넷에 홀로 살아가는
저 귀남 할머니 앞에서는 내색도 하지 마
어쩜 그 할머니 그리움쯤은 다 잊은 듯하지만
떠나는 날 입으시려 마련해둔 삼베수의를
아직도 고운 비단에 싸두고
차마 열어보지도 못하고 계시는지도 모르는 일이니
우리도 떠날 걱정은 그렇게 싸두고
열심히 그리워하며 살아가자고
♣작가노트♣
살아오는 긴 여정을 살펴보면
참으로 위태, 위태 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요.
그 또한 다 지나가지 않았던가요.
이제 우리 앞에 괴물처럼 버티고 선 이 여정도 곧 지나고 말리니
너무 아파하지 말고 아침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좋다 나쁘다 판단만 하지 않고
그저 살아가는 한 여정이려니 생각하면 이 길도 곧 여느 길처럼 지나가게 되겠지요.
어제는 할머니들과 단 수숫대를 십으며
유년의 기억들을 불러보기도 하지 않았던가요.
이제 남은 시간들 때로는 그렇게 자잘한 일상 속에서
가끔은 오랜 추억 하나씩 들추어가며 사는 것도 한 방편이겠지요.
이제껏 부풀리기만 했던 희망의 헛된 바람도 조금씩 빼가며 말입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잘한 일상의 덕이 있었기에 그 또한 감사해하며 말입니다.
이형복 사진 作
#성산리에는 시와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