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유중근 시인편 2
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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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6 20:33
유중근 시인
할머니의 돌팍
유중근
고향집 길 모퉁이
울할머니 쪼그리고 앉아 계시던 돌팍
자식 몇을 앞세우고
금오공고 삼 년
장기복무 오 년
군에 간 손주녀석 기다리시느라
휴가 내어 집에 갈 때마다
그 돌팍에 앉아 계셨으니
온 종일 그 긴 세월을
그곳에 앉아 계신 셈이지
이제사 후회하네
할머니의 불편한 돌팍
한 번이라도 앉아 볼 걸
큰 돌팍 하나 갖다 놓지 못함이
철천지 한이 되었네
할머니 살아 계신다면
할머니 잠시라도 오신다면
불편했을 그 돌팍 들어내고
대리석으로 잘 깎은 자리 하나
원목 정자 세워 놓고
울할머니 뜨겁게 맞이하고 싶네
손주녀석 반기던
그날 할머니의
눈물섞인 함박웃음으로
*돌팍 : 돌멩이의 방언
♣작가노트♣
어머님 일찍 돌아가시고
나와 내 동생은
할머니 보살핌으로 살았다.
할머니의 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랴
할머니의 유품 하나
할머니가 앉아 계시던 돌팍하나도 내겐 그리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