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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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랜컬쳐 그리고 시인, 일렁이는 시 감상 8

소하 0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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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덕진 시인

 

황소


     권덕진

 

천성이 우직한 황소는

단 하루 허투루 살지 않는다

일찍 가장이 되어버린 그의 어깨 위로

짓누른 삶의 무게를

오롯이 홀로 짊어지고 감내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들밭에서 진종일 고단한 생을 일궈야

울타리를 지킬 수 있다고,

한 줌 여유마저 품지 못한 삶이었다

등골이 휘도록 터를 닦아야 했던 황소,

제 한 몸마저 희생하며

묵묵히 땅을 일구고

터전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황소는

이 땅의 아버지다.

 

   

§시 감상평시인 박선해§

시인의 부친은 농군이셨음이 시에서 푹 녹아 있다.

시골 아버지는 샛별이 뜨기 전에 논밭을 나가신다.

새벽 논 일 저녁 밭 일로 검게 그을린 모습은 시골 농부와 자연의 한 풍경이다.

한 겨울날에도 살빛이 거뭇하시도록 시골 삶을 일구신다.

작은 울타리 둥지를 지키기 위해 황소처럼 일만 하시던 아버지를 쓰고 있다.

선한 눈망울로 묵묵히 땅을 일구는 황소의 모습은 터를 지키는 이 땅의 주인이다.

땅의 주인은 그 땅을 가진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손과 발과 머리의 지혜를 모아 지키며 가꾸는 관리의 몫도 함께 한다.

가졌다는 책임은 사회적 질서를 고르고 유지한다는 암묵적 여유다.

여유로운 질서는 품격을 이루는 자신과 관련된 세상살이다.

비가 오나 폭염, 세파 속에서도 무방비로 둔다면 잡풀이 그야말로 산을 이룬다.

애초에 잘 다듬는다면 늘 알토란 곡식으로 풍요를 줄 것이다.

물질의 풍요는 현실 수단이다.

당연한 욕심으로 풀을 매고 흙을 고루 펴서

씨앗 뿌려 풍요를 누리는 건 살아 있는 모두의 당연한 인생이다.

그 풍요로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을 줄일 수 있다.

없다는 이유로 못 지켜 낸 자기 마음이 타인에 미움으로 변질된다.

그리하여 원성만 되돌려 높이 산다.

우리 사회는 서로가 조금만 자유로운 사색의 시간을 염두 했으면 한다.

그로 웃음소리도 풍요를 이룰까! 기대한다.

황소, 고마운 이름이다.

각자 삶의 사유를 넣고 지금의 시대는 아비의 정신이 절실하다.

시는 현실을 놓고 묵묵한 터전의 긍휼을 고르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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