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최예은 시인편

사람과 책

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최예은 시인편

소하 0 322

4aaad701781e7a42f8c4c80f000f9a22_1629789564_89.png

                 최예은 시인



나에게로 왔다


             최예은


속절없이 얼룩진 고난의 상처

스스로 생의 멍에를 둘러메고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늘 빈곤했던 삶

어느 날 모세의 기적과 같은 내 눈물을 닦아줄

희망의 눈부신 시가 나타났다

시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나지막이 불러 세운다

한동안 무미건조했던 삶

지금은 시집들의 빼곡한 활자향기가

곳곳에서 나를 기다린다

퇴색된 나의 정신 속으로 깊이 스며들어와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탄생시켰다

나의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온 시의 사유

그 모든 것에 역전이 기다리고 있다

반전으로 뒤집힐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시는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으니 말이다

어둡고 긴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세월의 난관에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치고 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법을 몰랐던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모든 게 맞지 않았을 뿐

삶의 물음표 같은 알 수 없는 부호들과 의문들이

나를 향해 무수히 쌓여만 가고 있었다

무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맸던 날들 위에

시는 아름답게 살아가라 신이 내려주신 고귀한 선물이었다

시를 사랑하며 알아가는 이 순간

견뎌낸 삶만이 둥글고 단단해진다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작가노트◆

내가 세상에 온 지 18,151일째 되는 즈음,

삶의 설움으로 사금파리가 가슴에 살을 긁고 상처가 점점 났다.

그늘진 아픔을 그 외침을 아무도 알아주지도 관심도 없었다.


메말라 있던 깊은 슬픔을 껴 앉고 잠재웠던 숱한 날들

그 누구도 나를 케어해 주지 못했다

.

시는 늘 나와 동행 했다.

시는 나를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시는 나에게 아픔을 주지도 배신하지도 않았다.

지금 시와 함께라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시와 함께 행복할 일만 남았다.

4aaad701781e7a42f8c4c80f000f9a22_1629789704_12.png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