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와 함께하는 작가 노트 -김두기 시인편
김두기 시인
코스모스 1
김두기
여인의 코스모스
갸느린 허리 곡선
바람에 흔들리며
어디로 가고 있니
붉어진
꽃잎 입술에
내 사랑이 스몄네!
코스모스 2
김두기
흔들며 건넨 가을 꽃잎이 화사한데
그녀의 얼굴 같아 다시 또 바라보네
꽃 속에 숨겨두었던 사연들이 새롭다
오늘도 코스모스 길 따라 걷다 보면
한 폭의 풍경 속에 동화된 그림 되고
기억 속 선명하였던 그 사랑이 그립다
가늘고 부드러운 줄기의 움직임에
무겁게 살아왔던 계절이 무거워서
파아란 하늘 구름에 찌던 마음 씻는다
코스모스 3
김두기
어느새 가을 길에 화사히 피어났네
무작정 길 나서면 반가운 저 꽃잎들
찡그린 표정 없어서 세상 걱정 잊었네
구름에 발길 따라 무작정 따라가면
새로운 인생길의 대화가 다가오네
바람에 마음 자락이 흩날리고 붉어졌네
발길이 닫는 대로 가려고 걸어가네
아무런 약속한 적 없지만 만나본다
이 가을 코스모스와 사랑 밀어 하련다
코스모스 4
조금 더 큰 키 높이 발끝을 세워본다
바라기 얼굴표정 가을에 피어나서
속마음 숨기기 싫어 소리치며 말한다
난 가을 당신들은 왔다가 가는 바람
꽃잎에 가슴 담아 기찻길 지키면서
짧지만 긴 사랑 고백 줄줄이 피어났네
◈작가노트◈
갑자기 코스모스가 눈 속으로 달려왔다.
여린 줄기 길게 뻗어 꽃잎으로 가을 무대를 화려하게 공연하면서
그 코스모스 언어에 취하여 난 나비처럼 꽃사이로 마음이 날아다닌다.
어릴 적 코스모스 씨앗 채집해서 학교에 가져가는 숙제도 있었다.
지금은 어른이 되고 중년의 중간지점에 오니 아련하게 피어나는
첫사랑의 감점들과 꽃 속에서 놀았던 기억들이 어우러진다.
사람은 해마다 같은 꽃을 보지만 늘 새로운 기분과 감정에 꽃을 버무린다.
새롭고 신선한 꽃에서 자신을 위로받는다.
특히 코스모스에는 유달리 사람들의 향수가 짙게 배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보려고 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볼 수 있지만,
우리 어릴 적엔 학교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줄줄이 피어 있었다.
그 기억들로 아름다운 서정적인 감정을
지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해서 코스모스에 대한 시를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