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대로 * 최신간 양승민 시조집 출간
저자 양승민 시인
연蓮
양승민
모난 곳 하나 없는 넉넉한 푸른 잎은
그늘을 만들어서 물고기 쉼터 되고
내리는 빗방울 받아 옥구슬을 만드네
굵지만 속 빈 뿌리 욕심을 비워낸 듯
숙명의 삶의 터전 오염된 진흙밭을
청정한 도량 만들어 연화국을 꿈꾸네
돌올한 아름다움 신성한 하얀 연꽃
자신의 몸을 태워 밝히는 촛불처럼
무념의 불보살 되어 해탈성불 청하네.
2022' 제1회 시사불교 신춘문예 전국 공모 시조부문 우수상 당선작
생각의 모티브는 어디를 향하여 펼쳐지는가. 시적 발 화 원리로써 생각은 우리 인생에 어느 정도 관여하 는가. 양승민 시조에 희망의 결핍은 없다. 과거의 현 실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려는 의지가 남다르다. 시인 의 마음이 투영된 곳마다 긍정의 감정이 배치된다. 글을 설계하는 방식이 고립되고 쓸쓸한 존재자가 아 니라 더불어 함께하려는 초월적 결심이 크다. 시의 소재가 되는 모든 존재들이 고통을 통과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에 닿게 한다. 글의 악력握力이 강하기 때문이다. 꽃을 통해 세계를 확대하여 이미지를 집 중하게 하고 사물의 본질에 접근한다. 붓 터치의 동 작과 묘사를 통해 시공간을 확대한다. 실종되는 관경 을 다시 불러와 그 가치의 공존성을 역설한다. 시류 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시인의 건투 를 빈다.
- <시꽃피다> 리더 조선의 시인
양승민 시조집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풍 경을 통해 전달된 이미지를 삶의 일부로 유인하여 사유 를 확장해 간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유 서 깊은 사적지들을 두루 살피면서 그 시대 정신과 교 감할 수 있는 존재와 실존의 문제로 승화하고 있다. 특 히 시의 본질인 정형 시조의 형식을 일탈하지 않고 연 시조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적 서사를 긴 호흡으로 이 끌어 시적 전개를 충족시키면서 서정으로 환기해 간다. 시제를 통해 보여주는 사물성에서 유입된 풍경은 새롭 다는 것보다 기존의 인식을 조응하여 본질에 대한 유사 성을 추동해 준다.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자연과도 호 흡을 나누며 심상적 교감을 이룬다는 것이다. 시조가 갖는 여백을 충분히 살려 풍부한 상상력을 유동하게 하 는 감성적 충동을 촉발하게 한다는 데 있다.
-박철영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