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랜컬쳐 연재시 -마음으로 가는 길, 안춘예 시인편

사람과 책

포랜컬쳐 연재시 -마음으로 가는 길, 안춘예 시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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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가는 길> 안춘예 시집, 도서출판 진원



한 조각의 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너는 

어떤 사람으로 그대에게 남아 있어야 하나 


겨우내 동백꽃은 미동도 없이 

추운 날에도 향기도 색채도 변함없이 

붉게 타오르는데 길을 걸으며 

한 조각 중년의 꿈을 그려본다 


나의 몫과 너의 몫은 한 조각의 뜬구름 

허공 속을 맴도는 아련한 사랑의 퍼즐을 

끼워 맞춰보는 시간 

허허로운 마음에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활짝 웃는 영혼의 빗장을 열었다 닫으며 

어깨를 토닥토닥 여기까지 도착했네 

영혼이 깃든 미소 

아름다운 빛으로 가슴에 담아본다 


지켜주는 기둥이 황혼 녘에 기대어 

서성이는 그대의 심장이 

오늘날 애잔하다 





봄 내음 


봄을 많이 기다렸지요 

빈손으로 내게로 오세요 

내 품으로 다가와 꼭 껴안고 덩실덩실 춤을 추세요 

봉사 센터에서 예쁜 꽃들을 준비했어요 

사랑으로 심은 꿈 우리 함께 희망으로 가꾸어요 


겨우내 코로나로 많이 힘드셨지요 

그렇다면 내게로 달려오세요 

결빙의 긴 시간 나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린 잘 참고 이겨내고 있었지요 


인천대공원 꽃동산 꽃들이 

만수천 어린이 공원으로 봄바람 타고 놀러 온대요 

봄바람에 꽃바람 타고 나들이하는 

나비를 위해 꽃을 심어 놓고 

해맑은 아이들의 꿈으로 가꾸어 봐요 


이 봄에 우리 한국곰두리봉사회 

남동구지회 여러분들에게 미소를 선물합니다 

사랑을 싣고 배달하는 회원 여러분 

아이들과 꽃과 벌과 나비에게 나눠줄 꿈과 희망 

사랑으로 토닥여 주고 예쁘게 가꾸어 봐요 





해후 


비 오는 뜰 안에 설핏 적막이 흐르고 

마음은 타향에 온 듯 

벌거숭이 침묵은 고요하다 


떠나가는 길목에 남겨진 마지막 돌다리 

이정표 없이 길을 걷는다 

뒤돌아보는 상념 속에 

처연한 마음에 한숨도 세월 속에 할 말을 잃었다 


달빛마저 숨죽이는 밤 

살아온 세월의 그리운 사연 

잃어버린 순간을 회상하는 시간 


안개비 따라 떠나고픈 

그 시절 아련한 노을빛 기억들이 

허물어진 입술을 깨물며 

삶에 어깨를 일으켜 세운다 





욕심 주머니 


모든 것은 다 바람처럼 지나간다 

만남과 인연은 생각보다 짧은 인생사 

영원히 살 것처럼 보내고 

영원할 것처럼 지냈고 

욕심부릴 이유 없이 살아가는 인생사 

누구나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 


살면서 

두루두루 욕심 없이 순수하게 살다 보면 

조금은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낯설지 않은 친구처럼 

오롯이 정겹게 함께 걷는 꽃길 

날마다 연분홍빛 연서를 내게 쓴다 


오래 봐도 참 괜찮은 친구 

살아 있는 동안 늘 함께하는 동행자 

곁에 있을 때 미소로 접할 수 있는 행복 

서로 마주 보고 미소 짓고 

토닥여 주는 우리가 되고 싶다 





소중한 한 표 


꽃샘추위는 가슴을 풀고 

봄볕에 길게 드러눕는다 

잔설이 녹아 들리는 계곡물 소리 

나목의 생명력에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운다 


귀중한 한 표 

시각 장애인, 뇌 병변 장애인, 

숨차고 다리가 안 따라가는데 

죽기 전에 마지막 투표를 하고 싶다는 

구순의 어르신까지 

방황의 끝에서 한 표를 찍고 

너나 나나 값지고 귀중한 한 표 

오늘 하루가 바쁘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봄빛이 누비는 곳마다 슬프다 

생의 봄은 웃어도 우는 것 같다 





봄 마중 


할머니 안녕 

밖으로 나가자고 

손주의 고사리 같은 손 

나의 겨울잠 깨운다 


마스크 벗고 긴 동면을 끌어안고 

해맑은 햇살 아래 아지랑이 아롱아롱 피어나듯 

작은 새도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 


아침이면 마중 나와 반기던 너 

마음이 벌떡 일어나 봄바람을 펼쳐본다 

해맑은 너 

저만치서 방긋이 웃는 모습 

어여쁜 미소 지으며 아장아장 

걸어오는 봄날을 나는 기다린다 


마른 가지 위에 비밀 

초록의 물감으로 연분홍 꽃을 그리고 

노란 병아리 옷을 갈아입고 

살금살금 동화 속으로 다가온다 


노란 개나리도 연분홍 진달래도 

손주와 함께 봄을 마중한다 





들꽃 사랑 


이른 새벽 

물안개 피어 

투영한 가지 타고 

똑똑 떨어지는 이슬방울 


눈을 뜬다 

아픔을 치유하는 빛 

해맑은 미소 환한 숨결로 

꽃망울 터트리며 깨어난다 


난쟁이 

들국화 꼬물꼬물 깨어나 

깜빡이는 유혹의 손짓 

곧게 뻗어 노래를 부른다 


나는 

야윈 몸 시련을 안고 핀 

늦가을 외톨이 들국화 

여인이기에 연인으로 

고백하리오 그대는 꽃이라고 


임의 육신이 

얼어 하얀 꽃 피고 

심장이 터져 부서져도 

계절이 허락한 만큼 살다가 


그대 눈 속에 

하얀 그리움으로 남아 

사랑이 떠나는 길목에 서서 

임 뵐 그 날까지 꽃이 되리라 





울림속으로


어둠을 뚫고 내리는 비 

맑은소리가 빈 가슴으로 울려 퍼진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고 빗소리에 감사함을 듣는다 


내 귀에 들려오는 저 소리 

펑펑 흐느끼는 낙숫물 소리에 

나약한 심장은 펄펄 끓는 

용광로가 되어 끓어오른다 


우주의 물방울이던가 

한 방울 한 방울 소리가 튀어 

나의 전신을 벌겋게 태워줄 수만 있다면 

아니 태울 수만 있다면 좋으리라 


구멍 난 나의 꿈과 빈 털털이 인생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고요 속에 맴도는 세월의 그리움 


아름다운 낙수와 함께 심연이 내뱉는 글귀가 

나에게 시 한 수 들려주는 밤이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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