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의 의령 이야기 4, 170년의 세월속에서도 그 자태를 잃지 않는 호암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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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의 의령 이야기 4, 170년의 세월속에서도 그 자태를 잃지 않는 호암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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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권 수필가



정암(鼎巖) 이야기를 했으니 내친김에 호암생가(湖巖生家)까지 가 보자. 정암루가 의령 9경 중 제5경이고 호암 이병철 생가는 제9경 이다. 어떤 연유로 9경의 순서가 매겨졌는지 몇몇 분들에게 물어보았 지만 속 시원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호암생가는 정곡면 중교리 담안 마을에 있다. 의춘지(宜春誌) 기록을 보면 중교리는 경주이씨의 세장 (世庄)이다. 실제 담안마을에만 경주이씨 문중의 강완재(江沅齋)와 도 계재(陶溪薺)가 있고 화헌(和軒) 이종욱(李宗郁)을 기리기 위해 지은 중화당(中和堂)이 서산 밑에 있다. 정암루에서 호암 생가까지는 차로 10분 거리다. 가는 길의 이름도 부자대로고 공용주차장에서 생가까지 걸어 들어가는 마을 길 이름도 부잣길이다. 마을 입구에는 금두꺼비 상이 떡 하니 버티고 서있다. 금 전만능주의의 세태가 만든 결과인가 씁쓸한 기분도 잠시 잘 정돈된 마을전경과 입구에 조성된 넓은 코스모스 밭에 금세 기분이 환해진다. 1부 김정권의 의령이야기_31 1851년 호암의 조부가 지었다는 생가는 1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전통 한옥의 고고한 자태를 잘 간직하고 있다. 풍수가들은 삼성 창업 주의 생가에 걸맞은 해석을 내놓으니 생가 터는 주변 산들이 곡식을 쌓아놓은 것 같은 노적봉 형상이고 산의 기운이 생가 터에 혈(血)이 되어 맺혀있어 그 지세가 융성할 뿐만 아니라 멀리 흐르는 남강 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역수(逆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명당 중의 명당이 라고 입을 모은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이 경우에도 틀리 지 않다. 삼성가(家)의 가훈은 목계(木鷄)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로 주나 라 선왕의 싸움닭 일화에 유래한다. 나무 닭은 울지 않으니 상대가 아 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의 동요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목 계의 초연함과 의연함은 리더의 필수 덕목이라 할 것이다. 1936년 호 암이 마산에서 협동 정미소를 창업한 이래 무수한 풍랑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세계 굴지의 대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바탕에 는 목계의 의연함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이윤추구가 기업의 목적이던 시절은 지났 다. 돈 잘 버는 삼성만으로는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이윤 창출의 과정과 이윤 분배의 결과가 정의와 공정이라는 시대적 가치에 부합해 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공동선을 선도하는 세계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길 기대하며 부잣길 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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