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 명소로 가꾸려면
유람선·보트에 인공 돌고래떼 등
울산만의 ‘기발한 즐길거리’ 필요

태화강은 가지산과 백운산 등지에서 흘러드는 50여개의 지류가 이룬 50㎞가 안 되는 짧고 작은 ‘울산강’이다. 반구대, 사연댐을 거쳐 바로 태화루를 돌아 울산만에서 동해로 들어간다. 한때 공업화의 물결에 폐수로 죽은 강이 되었다 해서 백년하청(百年河淸)일거라 생각했는데 헤엄치다 마셔도 될 물이라 하니 놀랄 일이다. 십리대밭이 잘 가꾸어져 명소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국가정원인 줄은 몰랐다. 무심타가 ‘태화강국가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참 좋다. 대단하다. 국가정원은 우리나라에서 단 2개뿐이란다.


미국의 뉴올리언스라는 도시는 미시시피 강의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밤에 강의 유람선을 혼자 올랐다.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골 소년은 켄터키주 통나무 오두막집에 살았으면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대통령이 된 링컨의 이야기에 감동했었다. 1800년대에 이 강에서 발목에 쇠고랑을 차고 채찍을 맞으며 가족과도 헤어져 짐짝처럼 팔려 나갔던 흑인 노예들을 보고 이들을 해방시켜야 겠다는 그의 각오, 언제 가 볼지 모르는 그곳에 내가 왔으니 뜨거운 눈물이 어찌 그칠까? 이 강엔 재즈에 몸을 흔드는 관광객을 나르는 유람선뿐이다. 아깝다.


오래전에 파리의 센 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즐겼다. 감격했다. 에펠탑을 멀찍이서 보고 퐁 네프 다리를 지나갔다. 이튿날 낮에 본 그 강은 화려한 댄서의 생얼이었다. 환경예술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는 1985년 퐁네프(Pont Neuf) 다리를 금빛의 사암색 천으로 감쌌다. 센 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퐁네프는 이로서 명품중의 명품이 되었다. 그 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도 거들었고….


라스베이거스의 트레져 아일랜드(보물섬) 호텔 앞에는 어둠이 내리면 해적선이 출몰한다. 언덕 위의 감시병은 해적선이 나타났다고 외치고 봉수대에 연기가 오른다. 곧 대포가 귀청을 울리며 불을 뿜는다. 작은 연못에서지만 해적선에서도 요란한 공격을 한다. 열기가 확확 닿는다. 마침내 격침되는 해적선엔 해적들이 그대로 수장된다. 통쾌해서 박수를 치고 떠나려는데 그 배와 선원들이 부상(浮上)한다. 그동안 어찌 숨을 참았을까? 침몰한 해적선은 어찌 복구되고?


이해할 수 없는, 속수무책인, 골칫덩어리 강도 있다. 시체가 둥둥 떠내려가는 그 강물에서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고 성수라며 길어간다. 나라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지구촌의 한 모습, 갠지스 강이다. 그래서 치산치수가 성군의 요건이라는 말이 21세기에도 들어맞는다.


가까이, 진주 남강을 보면 진양호와 촉석루, 그 아래 의암댐에 의기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빠져죽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뿐이었는데 지금은 유등축제로 세계적인 명물이 되었다. 휘황찬란한 만국등(萬國燈)을 유람선으로 투어 하는 세계 여행이 맛이다. 마침 세계 정원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자연주의 정원의 대가, 네덜란드 출신의 아우돌프가 아시아에서는 첫 작업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을 선택했다는데 어떻게 격을 높여줄지 궁금하다. 외국이나 타지의 관광객을 불러들여 수입을 늘이는 것도 좋다.


한편, 많은 시민들이 즐기고 건강히 사랑하며 사는 것도 값진 일이다. 욕심을 내자면 맨발로 걷는 길이 많으면 좋겠다. 주차장은 멀리 두고 전기차로 순환하면 좋겠다. 나루터나 다리 밑으로 출렁다리를 만들어 물에 발목을 담그고 찰방찰방 걸으면 어떨까? 겨울엔 1m쯤 높여 신발이 젖지 않으면 된다.


정작, 반구대 암각화에도 있는 고래가 그 아래, 태화강에는 없다. 태화루 앞 너른 강에 유람선이나 보트를 띄우고 인공으로 만든 돌고래 떼가 부침하며 유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떨까? 유람선에서 만져볼 수 있도록 하면 애교를 부리는 돌고래들은 명품이 될 것이다. 또 다른 기발한 즐길 거리는 없는 걸까?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강이 아닌 땅에서도 돈을 긁어들인다. 스토리의 힘이다. 울산으로 이사를 갈까보다. 여의치 않으면 울산에 ‘한 달 살기’라도 해야겠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