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든 몽돌 바닷가, 박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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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든 몽돌 바닷가, 박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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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든 몽돌바닷가


                     박선해


  바다를 좋아해 바다여인처럼 살고 싶은 꿈과 낭만을 품기도 했었다. 지나간 일들은 모두 출렁이는 파도처럼 각양이었고 각색으로 빛나는 윤슬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세월이 흐르고

문득 그리운 한소절의 나날이 이 겨울을 애수로 부른다.


  "또 혼자 집에서 고독과 친구하고 있제" "바다 가자. 태우러 갈테니 나와 있어라"는 십년지기 언니 전화에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집앞으로 나갔다. 잠시뒤 만나 언니차로 출발했다.  한밤에도 깔깔웃음을 퍼며 야밤 도주하듯 여인들의 수다는 한참이나 달렸다. 차장밖 밤하늘 별빛이 축복을 비추고 달빛의 응원을 받으며 지나 온 삶의 이야기는 밤바다로 간다는 기쁨에 한없이 좋았다.


  중간 휴게소에 들러 테잌 아웃 커피 잔을 나누며 그간의 잊은

안부에 삶이 커피잔으로 흐르는 모양을 본떠 보며 지나간 일 머무르는 일 나아가는 일을 구분해 보았다. 옹기종기한 우리 일상이야 후두둑 봄비처럼 짧게 스치고 늘 가슴속 그리움으로 남는 건 숙명의 진리속에 운명한다. "출발하자이" "오케이" 경쾌한 맞짱구로 차에 오른다. 늦은 밤이지만 한낮처럼 마음 들떠서.


  한시간여 훨씬 지나 도착한 곳은 거제 몽돌 바다였다. 경남 지역에 지금껏 나고 살아도 호오 난생 처음 온 곳이 되었다.

횟집. 한정식등등 시설을 갖춘 대형 모텔을 경영하는 지인 언니집이었다. 그간 산다는 이유로 못뵜더니 인수하여 경영 중이시단다. 정말 오랫만에 뵈어 서로 얼싸안고 잠시 눈물을 서로 훔쳤다. 언니네서 조금은 장시간 앉았던 여독을 풀고

색깔 예쁘게 맛있는 초밥과 매운탕을 매콤 담백하게 이런저런 이야기속에 먹었다. 곱던 세파였던 삶은 하나기에 이게 사는 위로이자 마음 밝혀 주는 반가움이다. 식후 듣기만 사진만 봤던 바다 몽돌밭으로 갔다. 저멀리는 해금강이란다. 역시나 간적은 없다니 다음 낮에 오면 가자며 헤픈 웃음만 마음껏 퍼냈다.


  언니가 밤바다에서 운치맛이 더한다고 아이스크림을 사오셨다. 밤자갈을 밟으며 손으로 만지작이며 바다내음에

푹 전신을 담군다. 보통의 마음으로 살아 오다 이렇게 갑자기 생각날때 따라 온 이 밤바다를 한칸 쓰며 밤을 밝히는 세 여인의 반가움과 애절한 시간들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이 바다에서 삶을 다하도록 사시려 들어 오셨단다. 나도

언젠가는 조용한 어촌에서 남은 생애를 쓰다 가리란 소망을 품고 있던 터이다. 생활이란 늘 풍족하지 않으면 불편 둘중 하나이다. 마음의 패턴을 어떻게 정하기 나름이긴 하다. 어렵지만 간단한 발상도 가져 봄직 하다. 사는 일이란 일반적이거나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찬란함도 화려하기도 하니 주어진 몫에 충실하게 각 사유로 살아들 가는 것이다.


  가로등 불빛이 소나무에 걸쳐 있는 바닷가에는 초근한 밤이 깊이 깊이 들었다. 한낮에 빛났을 물결이 살폿한 달빛아래 물꽃을 피우니 밤하늘 어딘가로 스며 별꽃으로 나릴듯 하다. 몽돌 몽돌 동그런 밤은 깊어 가고 어디서들 모여든 청춘들이 폭죽을 터뜨려 바다가 더 펑펑펑 훌렁 훌렁 신났다.


  폭죽이 끝나 가는 이즈막한 밤 눈꺼풀은 매롱매롱 그루잠으로

열기를 잃지 않으려 바짝 애쓴다. 환호속으로 달짝한 오렌지 아이스크림같은 쌩긋한 밤을 나누어 먹으며 잔즐거리고 밤이 푸욱 물든 몽돌바닷가는 제법 아슥해지고 하늘은 바다를 싸안아

매지구름 피우니 바다 내음 흠뻑 마신 가슴속이 푸등푸등하다.


  밤깊은 오늘 잔잔함에 불어나는 바다, 가슴을 잠시 누이고 오류의 낱낱들이 촤아촤아 차르르 차르르 파도의 주름따라

켜켜이 여물어가는 힘을 본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어 닳히고 닳힌들 돌은 물살을 다정히 받아 들였나 보다. 몽돌 몽돌 삶이야 이렇듯 몽돌하나 가슴에 얹어 놓은걸 그 매끄러운 마음만 같아라. 잠시 깜짝 바다로의 야밤도주는 중년 여인들의 낭만과 추억이 되고서도 긴 그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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