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포엠, 전영귀 시인편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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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5 07:49
바늘꽃
전영귀
-내사마 바늘 한 쌈만 있으모 소워이 엄겠따
뾰족한 할매 말투 한 땀 한 땀 귓전 찌른다
-이러키 뚜꺼분 놈을 무신 수로 당하노
시오리 오일장을 땀 뻘뻘 걸어서
묵 한 그릇 못 자시고 사 온 대바늘 두 개
고리땡 광목 소똥에 찌든 군복 바지에
얄짤없이 부러져 패댕이 치는 말
-보들 야들 명주 속곳 언제 한번 꼬매보노
미안한 울 아배 할매 산소 옆에다
원 없이 쓰시라고 심어 놓은 바늘꽃
선 가을 실바람 꿰어 증손주 이불 지으시며
하늘하늘 하늘나라에서 웃음꽃 만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