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선 시인의 말하는 수필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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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5 19:44
산해정
박금선
아
이상하다
방문을
원하시는 분은 여기 이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안내문에 적혀있다
그런데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마당을 쓸고 계셨다.
남명선생이다
"어험, 어서 오시오."
"네, 안녕하세요?"
눈을
비비고
한 번 더 닦고 보니
두루마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작업복을 입은 관리자였다
환성재
마루에는 어르신 네 분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계셨다 문이 열린 이유를 알았다
나를 불렀다
"어이, 아주머니 여기 방문 기록 좀 적어 주세요."
어르신 한 분이
방문 일지를 건네셨다
그런데 낭패다
전부 한자로 기록이 돼 있었다
까막눈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르신 네 분이 방문을 기록한 한자였다
"저기, 저는 글이 짧아 한문을
잘 못 쓰는 데 한글로 써도 됩니까 예?"
" 예상관 없습니다."
이름 주소 생년 본, 을 적었다
"58년이면 내 장조카랑 한동갑이구먼. 내하고 딱 18살 차이 나는구먼."
이때는
무슨 답을 원하시는지
나는 잘 알지요
내가 눈치는 3단 아닌가?
"아, 네 연세에 비해서 진짜
젊으시고 정정하시고 고우십니다
20년은 젊어 보이십니다."
실제로
피부도 곱고 젊어 보이셨다
귀마개를
끼고 계신 어르신 입꼬리는
귀를 한 바퀴 두르고도 남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듣기 좋은 말은
갈고리로 싹싹 다 긁어모았다
진덕문
환성재
유위재
신산 서원( 산해정 )
지숙문
숭도사를 둘러보고
굴뚝과 화장실도 꼼꼼히 둘러봤다
흐리멍덩한
머리에 맑은 공기가 빨리 돈다
남명선생께
표창장을 받은 기분이다
야호!
풋풋한
가슴을 이고
돌계단을 내려온다
2년 만에
최고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