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이 시인의 걸어서 걸어서 정점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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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이 시인의 걸어서 걸어서 정점 8

소하 0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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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찬 기차산 


            정옥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유명한 산에 가도 이제는 산객들이 많지 않다. 규제가 심하다 보니 모두 취소하고 만다.

산을 찾아가면 울긋불긋 단풍이 피어난 듯한 산객들의 옷차림이 이상하지 않던 산이 이제는 절간처럼 조용하다.

전라북도 완주 무수리에 가면 기차산이 있다.

 군인들이 유격 훈련을 하면 슬랩 구간을 오르는 모습이 기차 같다고 하여 기차산이라 부른다.


  옆에 앉아가던 회장님이 나를 부르는 걸 보니 심심한가 보다.

"총무야!" 

"네"

"기차산을 왜, 기차산이라고 부르노? 기차같이 길다고 기차산이라고 할까?"

"왜긴요!. 기가 차서 기차산이라고 부르죠."

나의 엉뚱한 대답에 차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하하, 우리 총무가 기가 찬다고 기차산이라 하네."

발동된 나의 장난기 때문에 차 안이 초토화되었다. 여기저기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산행은 구수 산장에서 군부대를 지나고 첫 슬랩 구간과 전망대를 지나

 장군봉에 올랐다가 위험 구간 쪽으로 내려와서 두꺼비 바위와 724.5봉을 오르고 갈림길에서

해골 바위 쪽으로 내려와서 갈림길에서 골짜기를 따라 구수

산장으로 내려오는 원점 산행이다. 오랜만에 임들이 모여 함께 하는 산행이라 모두 들뜬 표정이다.

암릉산행인 만큼 모두 안전하게 내려와 달라는 부탁을 다시 하는 대장님 지휘 아래 모두 출발한다.

살짝 오르는 맛이 좋은 구간이다. 낙엽 밟은 소리가 바스락바스락 들려온다.

첫 휴식을 잠시 하면서 물 한 모금하고 다시 오른다.

첫 슬랩 구간을 지나고 좀 더 올라가니 본격적으로 슬랩 구간이다.

점심시간이 지나가니 모두 배고프다고 아우성친다.


  김해에서 출발하여 전라북도 완주까지 거리는 상당하다. 모두 배가 고플 시간이다.

오랜만에 밧줄을 잡고 한발씩 올라가는 바람에 팔뚝에 힘이 들어가고 에너지를 발끝에 모아 올라가니 배가 고프지 않을까!.

"언니야!"

올라가면서 대답한다.

"왜"

"밥 먹고 가면 안 될까?"

"밥 먹으면 배불러서 바위 못 탄다. 정상가서 먹자!"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십 분이면 올라오니 빨리 올라오라고 먼저 올라간 임이 소리친다.

쉬는 공간이 나오자 모두 사진 찍는다고 뒤로 쳐지고 나 혼자 슬랩 구간을 오르고 있다.

아무도 없으니 살짝 긴장된다. '저 정도면 혼자서도 올라갈 수 있지.

' 나 자신을 격려하면서 밧줄을 잡고 발끝에다 힘을 준다.

'영차' 소리 없는 마음에 힘을 쏟으며 올라가니 뒤에서 소리친다.

"총무 누나 뒤돌아보면 사진 찍어줄게요!"

앞에서 대장도 소리친다.

"총무 잘 올라오고 있네. 조금만 힘내. 다 왔어!"

"아이고!, 배고파 죽겠네."

마지막 힘을 짜내며 정상에 올라서면서 한마디 한다.

"배가 고파, 기가 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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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올라온 임들이 밥자리를 깔고 있었다.

"대장님 여기 앉아 밥 먹어요"

"안돼, 회장님 올라와야 한다."

"회장님 감나무 감 따다가 고랑에 굴러서 다리 피나서 늦다고 하는데,

언제 올라올 줄 알고, 그냥 여기 앉아 먹지!"

'아니, 언제 다쳤단 말이고' 하면서 모두 걱정하는 임들이다.

우리 회장님 감나무에 홍시가 달려 있으니 따서 임들 주려다 고랑에 떨어진 모양이다.

 회장님이 '후미 그룹인 나를 빼고 밥 먹으면 안 된다'라는 엄포에 대장님은 안절부절 회장님만 기다린다.

참! 착하신 대장님이다. '나 같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지.

' 모두 무사히 올라와서 모두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회장님이 왔던 코스로 내려가면서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하지만 난 뿌리친다.

"총무야, 너는 다리 아프니, 내 따라가자"

"싫은데요. 슬랩 구간 다시 내려가면 힘들 것 같은데, 그냥 계획대로 갈래요."

차라리 모르고 가는게 났지 올라온 코스 다시 내려가려면 재미도 없거니와 더 힘들어서 뿌리친다.

그리고 욕심도 한몫했다. 회장님은 연세가 제일 많으신 하모니카 할아버지를 모시고 내려가시고 우린 계획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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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서니 바로 음지가 나오면서 얼음이 얼어있고 직각인 위험 구간이 나온다.

맙소사, 배는 부르고 직각인 바위에 미끄럽기까지 하다. 모두 조심스럽게 내려오자 잠시 후 다시 바위를 탄다.

"바위는 언제 끝난 데?"

나의 물음에 15년을 함께한 동생이 답한다

"누, 조금만 더 가면 끝나나 봐요."

그렇게 두꺼비 바위를 타고 해골 바위까지 왔다.

해골 바위는 커다란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사람이 올라앉을 수 있게 아래서부터 바위 꼭대기까지 구멍이 나 있는 바위다.

해골 바위를 지나고 낙엽이 쌓인 가파른 골을 따라 내려간다.

가을이나 초겨울에는 바위보다 사실은 낙엽 쌓인 골짜기가 위험하다.

미끄러지면 돌에 부딪혀 다치기가 쉽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뒤에서 "작가님 낙엽 소리 들으면서 시 한 수 읊어 시죠." 한다.

'곧바로 시가 읊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속으로만 삭이면서 빠른 하산을 하는데 뒤에 오는 언니가 한 소리 한다.

"시가 바로 나오나 집에 가서 조용히 생각하면서 써야지."


기차산 오름 하니 / 정옥이


바위를 오른다는 것은 삶을 위하여 오르는 것


발끝에 에너지를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정상 향해 도전한다


아찔한 바위 끝에 매달려

두 손으로 꼭 잡은 생명줄은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하는 행복 줄이다


구수리 기차산에

기차가 하늘 향해 올라가는 듯

군인의 유격 소리 아련하다


나의 마음의 소리도 '영차' 우렁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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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산행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미끄러운 낙엽이 많이 쌓여 눈으로는 알 수 없다.

돌에 발이 껴 넘어지면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하는 산행은 단결이 중요하다.

특히 슬랩 구간이 많은 산을 산행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

서로 도와가며 발을 디딜 수 있는 자리를 가르쳐 주면서 다녀야 안전하다.

 항상 함께하는 임들 때문에 행복한 날이었다. 코로나 빨리 극복하고 일상의 산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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