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해의 찾아보고서步顧書, 서원과 고택일지 4 연지공원의 잉어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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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5 09:18
백 잉어의 위용
김익택
연지의 백호인가
연지의 수렁인가
먹이도 먼저
싸움도 먼저
나 아니면 안하무인이다
위엄인가
존엄인가
그가 휘 젖고 다니면
물고기들은
조무래기 도망가기 바쁘다
그가 활보하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을 보면
위험과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 분명한데
그런데도 나그네는
눈을 떼지 못한다
자존심은 후회를 생각하지 않는다
김익택
내 마음의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자존심은
배를 촐촐 굶어도 살아있고
몸살에 펄펄 열이 나도 살아 있다
여느 때는
무시 멸시를 삼키지 못해
고개 치켜드는
뱀 대가리가 되어서
가시 돋친 순식간의 말
쏟아 붓는 너에게
쉬이 지울 수 없는
깊은 또 하나 상처
본의 아닌 우울이 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