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국 시인의 걸어보고서 1

여행

차용국 시인의 걸어보고서 1

포랜컬쳐 0 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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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정에서


                   차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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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강물에 쓸려온 나뭇가지 위에서 흰두루미 한 마리가 평화롭게 가을 햇볕을 쬔다

미물의 나뭇가지도 새에게 따사로운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데 어찌하여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은 잔혹하기만 한가

남한강 백사장과 떠드렁산은 안다 핏빛 광기에 중독된 집단 만행을 '영원으로 가는 사다리*'가

참수당한 수십 명의 천주교 순교자들을 영원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6.25양민학살현장비**'가

'통곡의 그날***'을 기억하며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위로한다

수만 년 한강이 실어온 비옥한 토지를 일구며 살던 양민들은

왜 죽어야 하는지 물어보지도 이유도 알지 못하고 신앙과 전쟁의 광기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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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마를 본 적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신앙과 이념의 명분으로 생명을 해코지하는 자다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신앙과 이념보다 작은 생명 하나라도 구하고 보살피는 자다

신앙이나 이념 따위가 제아무리 중한들 어찌 생명만 하단 말인가

은빛 물비늘 반짝이는 맑은 남한강은 더 참혹한 이야기를 들어선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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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 남한강변의 천주교 순교자 조형문

** 양평 남한강변의 6.25양민학살 조형물

*** 양평 남한강변의 6.25양민학살 조형물 옆에 세운 장삼현의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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