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중근 시인의 길에서 길을 가다. -죽림재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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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3 21:54
유중근 시인
죽림재(竹林齋)
유증근
쭉쭉 뻗은 대나무 숲을 상상하며
등줄기에 땀 흘리며 다다른 곳
유중근 사진가 작
대나무는 보이지 않고
날아오를 듯 홑처마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배롱나무꽃
금방 안중에서 사라진 대나무 竹
정겨운 한옥을 정갈하게 감싼
몇 백 년 고목 배롱나무꽃에
한동안 넋을 잃고 말았네
대청마루에 걸터앉으니
옛날 글방에서 글 읽는 소리가
매미소리에 또렷하게 실려오네
매화 목련화가 화사할 봄
짙은 배롱나무꽃 여름
오색단풍으로 물들 가을
기와에 흰 눈이 내려앉을 겨울
다른 계절은 보지 않아도
절로 그려지는 아름다운 곳
한줄기 소나기에 땀을 씻고
처마 끝에 낙수를 보노라니
어느새 소설 속 소년이 되었네
담양에 소쇄원 명옥헌 친구에 이어
죽림재란 멋진 친구 하나 더 사귀었네
21.8.01 죽림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