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국 시인의 걸어보고서 2
포랜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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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0 13:57
차용국 사진 作
두물머리에서 2
차용국
태백 준령을 굽이굽이 돌아온 두 물줄기
반가워 포옹하는 두물머리
물은 하늘을 품고 하늘엔 진한 연꽃 향이 피어나는데
멀쩡한 백두대간 허리 어깨엔
흰 구름 검은 구름 넘나들고
쥐도 새도 오고 가며 살아가는데
사람은 마음조차 오도 가도 못 하네
다산(茶山)은 고향 떠나 먼 타향에서
그리움과 적막함을 찻잔에 담고 살았어도
말년(末年)에 돌아와서 천수(天壽)를 다했으니
다산의 넋은 고향 품에 안겼어라
이 세상 한바탕 춤사위로 사는데
사람들아, 호(號)도 꿈도 없는
저 늙은 세월을 보라
흘러내린 눈물은 원죄의 혼이 되어
하염없이 시간의 강을 타고 떠나가는데
그 누가 다산 옆에 원(願)이라도 봉헌(奉憲)하랴
오늘도 어제처럼 두 물줄기 만나
살아온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데
저 늙은 영혼의 소망 꽃은
이대로 영영 시들고 마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