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기 시인의 행동 문학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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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기 시인의 행동 문학 기행

서랑 0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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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기 시인


산해정 방문기

 

2월 마지막 일요일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벤트에서 시조 시인으로 유명하신 시인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분을 만나려고 부산역에 가서 찾아보니 서로 한 번도 상면해 보지 않아도 척 알아볼 수 있었다. 반가움에 인사를 하고

김해 산해정으로 달려갔다. 산해정은 깊숙이 산자락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바람은 산바람이라서 그런지 옷깃을

휘날리게 하면서 아직 차가움을 가득 지니고 몸을 움츠려 들게 했다. 산해정 가는 길은 조금 협소했지만 마치 고향길 같아

정겹고 포근한 향수를 느끼게 했다. 산해정 이정표가 보이자 우리는 다 왔네요. 하면서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 산해정은 조식 선생의 정신이 스민 곳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들어서 일고 있었다. 자세히는 모른다.

핑계를 내자면 난 그 시대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관심 가졌다면 어떤 위인인지

알 수 있었겠지만 먹고 산다고 하루, 하루 허덕이며 살다 보니 과거의 높은 뜻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나 자신이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어가니 옛것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었다.

 

핸드폰으로 김해 산해정이라고 검색해본다. 사진들과 조식 선생에 대한 정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벼슬을 안 하고 권력의 끄달림 없이 깨끗한 선비로 학문의 일가를 일룬 선생의 맑음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현대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꼭 무슨 타이틀이 줄줄이 따라다녀야 방귀 좀 뀐다고 큰소리 내는 세상인데 그 시대에 미디어도 없고

캄캄한 절벽의 시대에 이름이 남겨진다는 것은 얼마나 높은 학문이 사방을 쓸어 사람들을 감복시켰을까! 정말 힘든 일인데

사람은 돈 욕심 권력 욕심 인간이 가장 버리기 힘든 욕심인데 조식 선생의 무소유의 경의 실천이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조금씩 걸어가면 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하는데 산해정 옆 개골창같이 물 내려오는 곳에 거위 한 마리가 마치

학처럼 서 있었다. 선비의 기상을 닮아가나 보다 하고 혼자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작은 연못 하나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물빛이

반짝였다. 조금 더 입구 쪽으로 가니 염소 두 마리가 문지기처럼 버티고 있어 조금은 겁이 났는데 이 염소가 사람 곁에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내 몸에 얼굴을 비빈다 신기해서 쓰다듬어주니 좋아했다. 순하디 순한 양이 아니라 순하고 착한 염소였다.

정문 안쪽으로 들어서기 전 몇 분 정도 안쪽을 향해 시선을 두고 조식 선생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키가 컸을까 아니면 작았을까.

성격은 대쪽이었겠지. 손에는 가느다란 매 하나 들고 딱딱 바닥을 두드리고 제자들 공부시키는 모습을 혼자 그려보다가 시인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마당으로 들어서니 아제 같은 남성 한 분이 마당을 쓸고 계셨다.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인지

마당 쓸고 있는 모습이 조식 선생의 향기 때문인지 도를 쓸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 옛날 석가모니가 쓸고 닦아라 말하지

열심히 쓸고 닦아 견성성불 납자가 있었다는데, 우린 인사를 하고 방문 목적을 말하니 방명록에 이름을 기록해달라고 해서

서명을 하고 난 후 산해정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건물 자체야 옛날 건물 그것이지만 조식 선생의 학문이 스민 곳이라고 생각하나 경건해지고 조금은 조심스럽게 발걸음도 걷게 되고

현판에 새겨진 산해정이라는 한문으로 된 글을 보면서 아 이런 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경의 실천을 행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빠져

퇴청 마루에 한참 앉아 볕 들어오는 글 문의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환청이 귓가를 은은하게 울리게 했다. 요즘 흔히 볼 수 없는 건물

뒤편에 굴뚝을 보니 신기한 것을 보는 것 같아 디카 사진도 한 방 찍고 담 위에 놓인 기와들이 먹물로 써놓은 글씨 같아서 이것도

사진에 담고 조식 선생이 앉아 있었을 것 같은 자리에 나도 한번 앉아 마당을 바라보면서 혼자 운치에 빠져보았다. 여기서 생각이 드는

것은 참으로 사람이 사는 것은 별것 아닌데 점점 과거를 잊어가면서 살고 있는지 과거를 잊는다는 것은 조식 선생의 높은 정신이 잊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금도 조식 선생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여기 오기 전까지는 몰랐으니 조식

선생님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올리고 싶다.

 

김해 산해정에 대한 설명이 너무 빈약한 것 같아서 인터넷에 나오는 검색 글을 올려본다 조식 선생의 높은 정신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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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산해정(金海 山海亭)은 경상남도 김해시 대동면에 있는 건축물이다.

 1985123일 경상남도의 문화재자료 제125호 산해정으로 지정되었다가,

20181220일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개요

산해정은 조선시대의 거유 남명 조식 선생께서 18년간 강학하던 곳으로 조선 선조 21(1539) 향인들의 청에 의해

김해부사 양사준이 정자의 동쪽에 서원으로 착공했으나 왜란으로 중지된 것을 광해군 원년(1609)에 안희, 허경윤에

의해 준공되어 신산서원이라고 사액되었다. 그후 대원군의 훼철영으로 철거되었다가 순조 20(1820) 송윤중 등이

다시 중건한 것으로써 사당영역이 없이 강학공간만으로 이루어진 서원형식을 가지고 있다. 주 건물은 정면 5,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을 갖춘 목조와가이며, 오량가구에 이익공으로 장식되었다. 전면부에 고주초석을 두고 침실부에 고이

반자를 설치한 것이 이 건물의 특징임. 강학을 하던 명륜당은 20047월부터 20053월까지 해제 보수작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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