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길 위에서 봄을 읽다 * 광주문인협회 봄철 문학기행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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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길 위에서 봄을 읽다 * 광주문인협회 봄철 문학기행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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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문학, 자연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걸어간 소중한 시간


따스한 봄 햇살이 막 피어난 꽃잎 위에 내려앉은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이날은 오래 기다려 온 광주문인협회 봄철 문학기행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 광주 서구청 앞에는 설렘을 품은 문우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박덕은 회장을 비롯한 210여 명의 회원을 태운 관광버스 다섯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편의 긴 시가 첫 줄을 쓰기 위해 숨을 고르는 순간처럼 조용하고도 장엄했다.

08시 10분, 나는 3호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김효비야 사무국장의 안내 말씀과 노진곤 사무처장의 인사말이 이어지며 여행의 문이 열렸다.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자 차창 밖으로 아카시아꽃과 철쭉꽃이 봄의 편지를 들고 길가에 
줄지어 서 있었고, 연둣빛 산자락은 막 깨어난 어린 생명처럼 부드럽게 물결치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하루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길 위를 
걷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09시 20분, 보성녹차휴게소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했다. 
따뜻한 깨죽 한 그릇은 속을 편안하게 감싸 주었고, 홍어회와 돼지고기는 남도의 
넉넉한 인심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버스에 오르자 김효비야 사무국장은 일정 소개와 함께 
고흥 두원면에 떨어졌던 1943년 운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돌 하나가 세월 속에서 역사가 되었듯, 
사람의 삶 또한 언젠가 이야기로 남는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 다양한 퀴즈와 선물 증정 시간이 이어지며 버스 안은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특히 “남자의 중심이며 걸으면 흔들리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은 무엇인가”라는 
재치 있는 질문에 모두가 잠시 고민하다가 ‘넥타이’라는 답이 나오자, 
차 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어서 김영자 낭송가의 시 낭송, 
광주문협평생교육윈 부원장 김정진 님의 "나훈아 애인" 노래가 이어지며 
버스 안은 웃음과 박수로 가득 찼다. 그 순간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동행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10시 50분, 우리는 고흥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도착했다. 
전시실 안에는 수백 년 세월을 견디며 빚어진 분청사기들이 조용히 빛을 내고 있었다. 
흙이 불 속에서 단단해지듯, 사람의 삶도 
시간과 시련 속에서 깊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시간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11시 40분, 우리는 문학의 숨결이 살아 있는 
조종현 · 조정래 · 김초혜 가족문학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와 그의 아버지이자 시조시인인 조종현, 
그리고 시인 김초혜 세 사람의 삶과 문학이 한 지붕 아래에서 이어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서자, 유리 진열장 속에 놓인 육필 원고와 낡은 만년필, 
오래된 안경 하나하나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한 시대를 견뎌 온 삶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문득 생각했다. 
문학이란 종이에 글자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삶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특히 김초혜 시인의 "사랑굿"을 떠올리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깊고 뜨거운 불꽃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문학관을 나서며 뒤돌아본 건물은 마치 세 사람의 숨결이 
아직도 그 안에서 서로를 부르고 있는 집처럼 보였다.

정오가 되자 인근 연둣빛 숲아래서 점심 식사를 했다. 
게찜과 조기찜, 간재미찜, 취나물 등 여러 가지 나물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따뜻한 음식과 함께 나누는 대화 속에서 여행의 피로는 사라지고 
서로의 마음은 한층 가까워졌다. 
막걸리 한 잔이 오가자 웃음소리가 가득 채웠고, 
그 순간 우리는 오래된 친구처럼 정겨워졌다.

오후 2시 30분, 우리는 남해의 바람이 스며 있는 장흥의 언덕 위, 
문학의 향기가 깊게 배어 있는 한승원문학학교와 
창작 공간인 해산토굴에 도착했다. 
이곳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소설가 한승원이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 글을 쓰며 살아온 자리다.

조용한 마당에 서자 바닷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흔들었고,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시 한 구절이 낮은 목소리로 다시 읽히는 듯했다. 
한옥 형태의 문학학교 현판에는 ‘급월암(汲月庵)’ 
— 달을 길어 올리는 집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었다. 
나는 그 글자를 바라보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길어 올리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비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와 풀잎이 흔들렸고, 
멀리 보이는 바다는 끝없이 이어지는 
한 편의 소설처럼 잔잔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그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의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후 4시, 장흥군민회관에 도착하자 오락과 바자회 행사가 이어졌다. 
행운권 추첨이 진행될 때마다 사람들의 눈빛이 어린아이처럼 반짝였고,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비록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지만, 
함께 웃고 즐기는 그 시간이 이미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우리는 장흥댐 주차장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했다. 
따뜻한 미역국과 김밥은 하루 종일 이어진 여행의 끝자락에서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주었다. 
붉게 물든 노을이 하늘을 천천히 덮어 가고, 
산과 물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 때 오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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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시 20분, 버스는 다시 광주를 향해 출발했다. 
창밖으로 어둠이 내려앉고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자 차 안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오늘의 풍경들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꽃이 피어 있던 길, 사람들의 웃음소리, 문학이 숨 쉬던 공간들, 
그리고 함께 걸었던 시간들이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광주 서구청 앞에 다시 도착했을 때, 
나는 오늘의 여행이 단순한 하루 일정이 아니라 
사람과 문학, 자연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걸어간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우리는 길을 따라 이동했지만, 사실은 문학 속을 걸어 다녔고, 
봄이라는 한 편의 시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읽고 돌아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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