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해 시인의 제주도 여행기
제주도 여행기
이승해
크리스마스날은 원래 특별하게 보내야 한다는
묘한 흥분이 있는걸로보아 난 아직
감성쟁이다
식구들 몰래 가족이 함께 여행 가는 계획을 세우고
연애하던 시절 남편과의 추억까지
새삼 떠오르는 준비하는 며칠은 혼자 들떴다
평소 겁이 많아서 비행기 타기가
좀 무서워서 청심환을 복용하지 말고
애들 아빠에게 관심을 유도해 보는 큰 그림도
그려넣고 나자
제주도 여행은 신혼여행 다녀온 후 두 번째
다행히 심장이 얌전하게 있어주어 기대하던
그림대신 구름 속에서 홀로 상상에 잠겼다
신혼여행 때는 헬기도 타고
제주도 시내를 구경하던 짜릿함도 있었지
ㅎㅎ 속으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제주공항에서 렌터카를
대여하려 가는 길 바라본 바다는
갑자기 눈부신 그날의 선물처럼 행복했다
숙소를 향해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가족모두
수영장이 딸린 리조트 바다가 보이는 풍경앞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내심 뿌듯했다
옥돔구이 정식을 즐길 줄 아는 우리
제주도 옥돔 맛은 최고였다고 서로를 추켜세웠고
드라마 올인 촬영지는 바닷가 바람에
얼굴이 꽁꽁 얼어도 손으로 마사지하면서
마차로 돌아봐야 했을까 아이쿠 춥다
성산 일출봉 다시 가보고 싶었지만 추워서
포기하고 석양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다음날 아침 해변의 일출 핑크빛으로 잔잔하게
떠오르는 천국 같은 경이로움에 이순간만으로는
우리 가족 절대 트러블 없이 잘 살 것 같았다
천지연 폭포로 다시 가자 추운 겨울에도
꽃들을 볼 수 있다니 동백꽃 의 유혹에 빠져보고
부둣가에서도 한 컷씩 폼도 잡아보고
새연교 다리에서 바라보는 어촌마을과 유람선
낭만을 사각 렌즈 속에서 우리가족의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았을 일
주상절리 중문 올레길도 한마음으로
중문 색달 해변 노을은 많은 인파에 관광객 천지다
멀리서 바라본 한라산 흰 눈이 덮여 우릴
위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할 참이다
저녁 '박물관은 살아있다' 영화 한편 애들과
부모로서의 좋은 경험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숙소로 돌아와도 쉽게 못이룬 잠
살다가 이렇게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낭만적인 삶을 꿈꾸는 나에게도
내가 계획하면 주어진 행복은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해서 더 뜻깊은 여행
아름다운 추억을 가족의 이름으로 만들고 나자
세 번째 여행에 기대까지 부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