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해 시인의 여름날 소나타

여행

이승해 시인의 여름날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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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해 시인



폭우 속 외출 


           이승해


장맛비가 연일 쏟아져 내렸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남편의 환갑 생일이 다가왔다.

원룸을 경영하고 있다 보니 하필이면 남편 환갑날 이사 올게 뭐람,

투덜거리며 일을 마쳐갈 무렵 아들이

넌지시 남편 환갑 생일 단촐 하게 가족끼리 하자고 "엄마 .저녁식사 하러가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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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현 사진 作

대충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서 급하게 꽃단장하고

꽃집에 들려서 꽃바구니 주문하고 음식점으로 출발!

아들이 새로 구입한 자동차로 네식구가 타고 갔다.

한식 뷔페라서 인테리어도 고풍스럽고 음식들도 깔끔했다.

오늘 종일 고생한 남편의 환한 웃음을 보니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여린 감성을 지닌 아들이다.

대학 다닐 때 선배누나에게 연정을 품었다 거절 당하자 몹시 괴로워했던 마음 약한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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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 밖 야경 불빛을 바라보면서

와인 한잔에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 처럼 뇌리를 스친다.

케익크커팅은 집으로 와서 꼬깔 모자 까지 쓰고 생일 축하 노래 합창을 부르자

남편 눈에서는 눈물이 살짝 비치는 것이었다.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와 사는 공간 여름밤이 자장가처럼 새근새근 깊어간다. 


토요일 오후에 원주 집으로 내려가 보기로 결정했다.

간단히 입을 옷만 정리해서 짐을 싸고

이번 주는 남편의 휴가라서 코로나19로 멀리는 못가고

원주는 딸이 대학교를 다녔던 곳이어서 몇년간 정착했던 곳이라 정이 든 곳이다.

아파트도 비어있는 상태이다.

아들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안가겠다하고

친구들과 며칠 전 강릉바다 여행 다녀 왔으니까 집을 보겠단다.

오랫동안 비워뒸던 아파트라서 대청소부터 하고 나니

배가 고파서 마트에 들려 찬거리를 사와서 딸과 둘이서 주방에서 뚝딱

해물탕을 끓여서 세식구는 저녁을 맞나게 먹고 나서 TV뉴스 를 켜니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원주천이 범람해 피해가 가장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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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서는 곱게 내리던 비소리가 강한 바람을 타고 사나운 폭우로 변하여 소란스럽다.

비는 늘 그랬다. 그것이 폭우가 되어서 밤을 지새우며 쏟아질때, 이는 공포였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잠을 못이루고 고뇌에 빠졌던 시간들이었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백운산 운무가 낀 풍경이 한편의 동양화를 어느 화백이 밤새 그려놓았나 보다.

폭우 속에서도 가까운 곳이라도 가보자고  해서

간현관광지 소금산 출렁다리로 네비게이션 을 찍고 달렸다.

가는 길에는 폐역이 된 간현역 레일바이크 타는 곳도 보였다. 

목적지는 소금강 출렁다리였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나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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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유인 매표소 출렁다리 입장료는 일반이 2000원 이었다.

원주사랑 상품권을 2,000원을 즉시 환급해 줘서 기분이 좋았다.

소금산이란?

금강산을 데려다가 작게 옮겨놓았다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금강산이 지니고 있는 산세를 갖춘 듯 하다하여 이름을 붙인 산이다.

지나갈때는 발열체크 및 마스크 확인하고 방문자 명단에 내이름과 전화번호 까지 적어야 입장이 가능했다.

거리는 약 500미터로 구간마다 계단 갯수는 수명이 올라가는 글귀가 적혀있어 힘을 주었다.

평소에 운동을 잘 안하는 나라서 중간에 포기하려고 하려다 끝까지 참고 올라가니

무릉도원이 펼쳐지는데 그야말로 별천지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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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입구 도착 ,손목 띠로 바코드를 찍으며 한 명씩 입장했다.

땀을 식혀주는 손풍기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에서 빨간우을 들고 분위기를 잡아보았다.


출렁다리 길이 200m 높이 100 m 폭 1,5m, 산약보도교 중 최강 규모를 자랑하는 출렁다리다.

다리 앞에서 살짝 두려움이 앞섰지만 용기있게 건너다가 살짝 흔들림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다리를 건너면서 내려다보는 감시천의 풍경은 제법 볼 만했다.

산 능선이 하얗게 운무가 내리고 있어 무릉도원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송강 정철이 "한 수를 돌아드니 섬강 이 어디메뇨, 치악은 여기로다"

관동별곡 에서 그 절경을 예찬 하였듯이 아름다운곳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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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계단을 내려오면서 폭우를 만났지만 즐거운 산행으로 기분은 날아갈 듯했다.

입장할 때 받았던 원주 사랑상품권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콘을 먹으면서

인증샷도 찍어보고 금강산도 식구경이라고 했는데 점심을 늦게서야 산채비빔밥으로 먹었다.

식당 종업원도 친절하고 인심도 후했다. 출렁주 한 병도 샀다. 뜻깊은시간이었다.


오랫만에 가족과 함께 해본 여행에서 '소소한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모처럼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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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시원 2021.11.13 12:04  
화목애애한 생일파티와 원주 소금강 출렁다리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