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 시인의 마음, 고향 이력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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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현 시인의 마음, 고향 이력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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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이력서            


유월의 고즈넉한 들녘에선 벼가 파릇파릇 자라고 가파른 산자락 밭뙈기에서는

고구마 넝쿨이 밭이랑을 넘실거리고 있겠지요.

서울에서 천 리를 넘어 남녘으로, 남녘으로 달리다 보면 나의 고향이 나온다.

고흥반도 끄트머리 산마루에 우뚝 솟은 웅장한 여덟 봉우리는

고향 사람들의 든든한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고흥 땅에 집어 들어 점암면 소재지를 지나서 십여 리쯤 되는

마을로 향하는 길은 굽이굽이 좁다란 신작로를 따라 달려야 한다.

낮은 고개를 넘으면 우리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족히 몇 백 년은 되어 보이는 사장 나무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마을로 들어서면. 높은 산자락 기슭에 동쪽과 서쪽,

두 갈래로 나누어진, 서쪽 마을은 동녘이 떠오르는 앙지 바른 곳에

다닥다닥 자리를 잡고 있다. 동쪽 마을은 아담한 뒷동산 아래,

윗동네, 샛돔에서 시작하여 뒤 뜰로 돌아가는 돌고개를 지나

띄엄띄엄 가가 호호를 형성하고 있다.


마을의 역사는 동네 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고목이 증명하듯, 삼사 백 년은 되었을 것

으로 추정한다. 마을에 제일 먼저 터를 잡

은 집안은 황 씨, 문 씨 가문이라고 구전으로 전해 오고 있다.

근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다양한 성씨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지만

오 씨, 최 씨를 주 축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1970 년대 까지는 80여 가구 수를  형성하며 내려오다 우리 사회 전반에 밀려온

산업화 물결로 인하여 일부 주민과 젊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를 하는 바람에.

이젠 우리나라 어느 농촌에서 볼 수 있듯이 인구 노령화로 아주 작은 마을이 되어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지금은 50여 가구를 이루어 살고 있으며 가까운 산자락엔 향나무 휴양림이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다.

이에 걸맞게 팔영산은 몇 해 전 다도해 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바다 가 인접한 곳에 자리한 산은 여덟 봉우리의 웅장한 바위들이 남녘의 드넓은 바다를 지 키고 있다.

그 산은 고향 사람들의 안식처이면서 생명수의 젖줄이기도 하다.


산세의 풍광이 빼어나게 좋아서 외지에서 들어와 터를 잡고 사는 이주민도 다수가 있다고 한다.

골짜기 마을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다 보니, 주민들의 성품은 비교적 온순하고 예절이 바르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소통하는 언어는 삼 면으로 바다를 두고 있어 특유의 말을 구사한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나 느낄 수 있는 지역적인 구수 한 사투리를 쓰고 있다.

남녘 지방에서 흔히 듣고 느낄 수 있는 강한 악센트와 리드미컬한 발음에 흥이 절로 날 것 같은 말을 구사한다.


고향 마을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농촌 풍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기를 잡으면서 살아가는 바다가 가까이 있어

어촌의 풍습도 어우러져 있어, 아주 특이한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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