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실 시인의 걸어 다니는 시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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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9 20:18
폭우
서향 임명실
요란한 빗소리에
놀라는 영혼들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빗물에 떠내려 가니
지난 모습들도
우리네 현실도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쓸려 가더이다
열려진 창틀로
화려했던 과거들이
턱걸이 하려고 몰려오나
잠겨 버리려는 문꼭지에
지난 슬픔이 매달리네
빨간 우산 하나가
거리에 나 뒹구니
정녕 그대는
사랑 따위는 없었던가요
천둥소리와 번개를
뒤에두고 외로움
한아름 붙들고 있으니
이렇게 두려운 밤이
몇 몇날을 괴롭혔는지
손가락 꼽아보며
긴 한숨 쉬는구려
굴러 다니는 빗속에
우두커니 큰 비 다 맞는
당신 모습이 가련하니
우산 하나로 가릴 수 없는,
그대 사랑이 애처럽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