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실 시인의 걸어 다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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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실 시인의 걸어 다니는 시

소하 0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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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서향 임명실


요란한 빗소리에

놀라는 영혼들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빗물에 떠내려 가니


지난 모습들도

우리네 현실도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쓸려 가더이다


열려진 창틀로

화려했던 과거들이

턱걸이 하려고 몰려오나

잠겨 버리려는 문꼭지에

지난 슬픔이 매달리네


빨간 우산 하나가

거리에 나 뒹구니

정녕 그대는

사랑 따위는 없었던가요


천둥소리와 번개를

뒤에두고 외로움

한아름 붙들고 있으니

이렇게 두려운 밤이

몇 몇날을 괴롭혔는지

손가락  꼽아보며

긴 한숨 쉬는구려

굴러 다니는 빗속에

우두커니 큰 비 다 맞는

당신 모습이 가련하니


우산 하나로 가릴 수 없는,


그대 사랑이 애처럽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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