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꽃눈/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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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꽃눈/고영민

GOYA 0 55
나는 꽃눈을 보러 나오고
꽃눈은 무얼 보러 나왔나

내 눈 속에 꽃
꽃눈 속에 나

꽃이 피어나면
나 피어날까
나 피어나면 꽃도 피어날까

나는 꽃이 아니고 꽃도 내가 아니어서

나는 꽃눈을 보러 나오고
어린 꽃눈도
슬픈 나를 보았네


<봄의 정치>저자 고영민
출판 창비,발매 2019.07.25

♡시를 들여다 보다가

  본격적인 꽃세상이 열리기 전에 꽃들이 눈을 뜬 채 멀뚱거리면
나는 감탄을 거듭해하며 신기해한다.
"어라,꽃눈이 나왔네!"
분명 나는 꽃눈을 보러 나왔고,나왔는데 꽃들에게 눈이 있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질 못했다.내가 꽃눈을 들여다 본 것처럼 꽃들도 눈을 들어 멀뚱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일까? 사실 꽃들이 그 예쁜 눈을 가지고 무얼 보러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장차 피어날 화려한 꽃들의 <직전숨죽임>을
보러 나왔다. 그리고 꽃들은 어쩌면 한창 때가 지나 주름진 꽃들을 표면에 내세운 <또다른 직전 숨죽임>을 보며 슬퍼하는 나를 보러 나왔을 것이다.어린 꽃눈이 무얼 알고 슬픈 표정으로 저리도 저릿저릿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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