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백년/문태준
GOYA
0
65
04.21 07:56
와병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시를 들여다 보다가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백년이 훌쩍 커서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단지 갓 예순을 넘겼고만 어찌 백년이란 말이 이리도 쉬운가? 잠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나면 백년이라는 글자가 눈 앞에서 코웃음을 치고 앉아있다. 이 백년을 해로하며 함께 가야 할 옆지기가 아파서 먼저 갔다.그리고 그걸 들여다 본다.활짝 피어 있는 꽃들도 지고 병으로 끙끙 앓던 당신을 먼저 보내놓고 등을 대고 나란히 누워 쓰다듬으며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당신이 이제 없으니 하루를 울만하다.
기어코 나도 시인을 따라 눈물을 흘린다. 남아있는 마흔 여남은 날... 당신과 함께 할 백년 서로서로 함께 해요.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시를 들여다 보다가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백년이 훌쩍 커서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단지 갓 예순을 넘겼고만 어찌 백년이란 말이 이리도 쉬운가? 잠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나면 백년이라는 글자가 눈 앞에서 코웃음을 치고 앉아있다. 이 백년을 해로하며 함께 가야 할 옆지기가 아파서 먼저 갔다.그리고 그걸 들여다 본다.활짝 피어 있는 꽃들도 지고 병으로 끙끙 앓던 당신을 먼저 보내놓고 등을 대고 나란히 누워 쓰다듬으며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당신이 이제 없으니 하루를 울만하다.
기어코 나도 시인을 따라 눈물을 흘린다. 남아있는 마흔 여남은 날... 당신과 함께 할 백년 서로서로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