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푄현상,그린 모기향/조규남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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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09:20
가다보면 앞이 훤히 트이겠지 깜빡이는 불빛 따라 나선 초록 트랙을 걷는다
돌아가면 모퉁이 또 돌아가면 모퉁이 또 모퉁이
내 몸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가느다란 연기에 휘감긴 발자국이 흐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초원의 바람 끝에서,벽으로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줄기차게 반복되는 노래를 비켜선 도시의 그늘을 밟는다 천천히
오래전의 모퉁이와 지금의 모퉁이 안쪽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나의 중심
연약한 힘으로 받치고 있는 중심까지 태워버리면 세상 한 가운데로 도약한 나를 만날수 있을까
훅 불면 날아가 버릴 토막토막 끊어진 회색 재를
지질학자처럼 진지하게 뒤돌아보다가
가만히 불을 끄고 열기를 식힌다
나를 끌고 온 가느다란 빛처럼 희끄무레 눈을 뜨는 동녘 하늘을 올려다본다 누군가가 굴리고 있는 지구의 자드락길 같아서
♡시를 들여다 보다가
이제 곧 모기향이 그리워 질 때다.최근엔 전자 모기향이 대세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록색 소재로 된 불붙이는 모기향이 어떤 집이고 하나 이상씩은 있었다. 너무도 더워서 걸치고 있던 옷들을 벗어버리고 나면 드러나는 맨살,맨몸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살아있는 생피를 빨아대는 모기를 퇴치해주는 고마운 향불이었다. 다만 피우고 나면 꿉꿉한 냄새가 집안 곳곳에,입고 있던 옷과 걸쳐있던 옷가지에 달라붙어 한동안 떠날 생각이 없었던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당연히 모기향은 귀찮은 존재 모기라는 주인공에 밀려난 보조출연자쯤 정도로 밖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인은 달랐다.그 고마웠던 존재를 기억했다. 그 <불빛 따라 나선 초록 트랙>의 행적을 들여다 봤다. 모퉁이를 돌며 타들어가는 몸뚱이는 제쳐두고 연기에 휘감긴 발자국으로 벽으로 막힌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줄기차게 반복되는 노래로 도시의 그늘을 밟고 있는 그의 행적이다. 그러다가 태아의 모양대로 웅크려진 나를 보고, 토막으로 남겨진 회색 재를 지질학자인 양 신기하게 살펴본다.
끝까지 타버려 발악하는 모기를 쫒아내 준 모기향에서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버리고 끊어진 재로 남겨져 훅 불면 날아가버리는 무상함을 느끼고야 만 것이었다.
돌아가면 모퉁이 또 돌아가면 모퉁이 또 모퉁이
내 몸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가느다란 연기에 휘감긴 발자국이 흐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초원의 바람 끝에서,벽으로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줄기차게 반복되는 노래를 비켜선 도시의 그늘을 밟는다 천천히
오래전의 모퉁이와 지금의 모퉁이 안쪽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나의 중심
연약한 힘으로 받치고 있는 중심까지 태워버리면 세상 한 가운데로 도약한 나를 만날수 있을까
훅 불면 날아가 버릴 토막토막 끊어진 회색 재를
지질학자처럼 진지하게 뒤돌아보다가
가만히 불을 끄고 열기를 식힌다
나를 끌고 온 가느다란 빛처럼 희끄무레 눈을 뜨는 동녘 하늘을 올려다본다 누군가가 굴리고 있는 지구의 자드락길 같아서
♡시를 들여다 보다가
이제 곧 모기향이 그리워 질 때다.최근엔 전자 모기향이 대세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록색 소재로 된 불붙이는 모기향이 어떤 집이고 하나 이상씩은 있었다. 너무도 더워서 걸치고 있던 옷들을 벗어버리고 나면 드러나는 맨살,맨몸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살아있는 생피를 빨아대는 모기를 퇴치해주는 고마운 향불이었다. 다만 피우고 나면 꿉꿉한 냄새가 집안 곳곳에,입고 있던 옷과 걸쳐있던 옷가지에 달라붙어 한동안 떠날 생각이 없었던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당연히 모기향은 귀찮은 존재 모기라는 주인공에 밀려난 보조출연자쯤 정도로 밖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인은 달랐다.그 고마웠던 존재를 기억했다. 그 <불빛 따라 나선 초록 트랙>의 행적을 들여다 봤다. 모퉁이를 돌며 타들어가는 몸뚱이는 제쳐두고 연기에 휘감긴 발자국으로 벽으로 막힌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줄기차게 반복되는 노래로 도시의 그늘을 밟고 있는 그의 행적이다. 그러다가 태아의 모양대로 웅크려진 나를 보고, 토막으로 남겨진 회색 재를 지질학자인 양 신기하게 살펴본다.
끝까지 타버려 발악하는 모기를 쫒아내 준 모기향에서 고맙다는 생각과 함께 나를 버리고 끊어진 재로 남겨져 훅 불면 날아가버리는 무상함을 느끼고야 만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