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나희덕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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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 17:26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우리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시를 들여다 보다가
미루는 습관을 쫒다가 아차싶은 경우가 반드시 있다. 왜 진작 그러지 못했을까? 왜 진작 찾아가서 이름도 부르고 함께 목련꽃 바라보며 웃고 떠들지 못했을까? 왜 진작 놀러간다 약속한 대로 선뜻 찾아가서 맛난것 막걸리 한 잔 기울이지 못했을까? 후회해보니 다 소용없다. 내 눈앞에 급한 일들에 눈이 멀고 마음도 멀어 가장 가깝게 가장 진실되게 <나>를 응원해 주던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을 지나친다. 그래서 생살이 뜯겨지는 고통보다 더 아프고 아프고 아파 닭똥같은 눈물이 쏟아진다.그런데 더더욱 슬픈 일 하나. 나는 그런 슬픈 일을 겪고 나서도 늘상 너무 늦게 놀러온 사람들 틈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밤새 목련지는 소리듣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냉혈한?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우리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 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시를 들여다 보다가
미루는 습관을 쫒다가 아차싶은 경우가 반드시 있다. 왜 진작 그러지 못했을까? 왜 진작 찾아가서 이름도 부르고 함께 목련꽃 바라보며 웃고 떠들지 못했을까? 왜 진작 놀러간다 약속한 대로 선뜻 찾아가서 맛난것 막걸리 한 잔 기울이지 못했을까? 후회해보니 다 소용없다. 내 눈앞에 급한 일들에 눈이 멀고 마음도 멀어 가장 가깝게 가장 진실되게 <나>를 응원해 주던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을 지나친다. 그래서 생살이 뜯겨지는 고통보다 더 아프고 아프고 아파 닭똥같은 눈물이 쏟아진다.그런데 더더욱 슬픈 일 하나. 나는 그런 슬픈 일을 겪고 나서도 늘상 너무 늦게 놀러온 사람들 틈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밤새 목련지는 소리듣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냉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