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소풍/유현아

기타

고야의 거시기(巨詩記)-소풍/유현아

GOYA 0 142
꼭대기로 소풍 가요
우리가 딛고 걷는 바닥은 아무 데도 없거든요
저기 교묘하게 죽어 있는 바닥들이 보이잖아요
우리의 바닥들은 바닥을 치고 위로 더 올라가죠

이제 혁명의 노래도 위로 올려 보내요
이제 투쟁의 기다림도 위로 올려 보내요
이제 죽음의 상징 따위도 위로 올려 보내요
정교하지 못한 거짓말들도 위로 올려 보내요
위로 위로 올라가다보면 그곳에

어처구니없는 이유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 위에 아마도 펄럭이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목소리들이 붙잡고 있는 깃발들이 있을 거예요
그 속에 바닥에서 올라온 것들이 숨어 있을 거예요
올라간 것들은 이제 내려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울음을 위로하는 시간만큼 견딘다면 또 모를까

의문투성이 위로가 필요할 때
아니면 바닥의 가장자리가 닿을 즈음 내려올지도

그러니 우리 이제 바닥을 치고 꼭대기로 소풍 가요

♡슬픔은 겨우 손톱만큼의 조각
(저자 유현아/출판 창비,발매 2023.07.28)

♡시를 들여다 보다가

  끝간데 없이 떨어지고 있다.지금쯤이면 나락의 바닥을 보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여전히 바닥이 아닌듯하다.혹시라도 내가 숨을 쉬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를 일이라서 잠시라도 호흡을 멈추고 숨죽여 보지만 역시 그건 아니었다. 요즘 곳곳에 죽어있는 바닥들이 아우성이다.어서 바닥을 딛고 소풍을 가자고 하는데 그러니 어서 힘을 내 보자고 하는데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꼭대기는 커녕 디디고 서있을 바닥조차 뵈질 않는다.그러나 우리도 한번 꼭대기에 서서 깃발 휘날리며 성취감을 느껴보고픈데 그럴 일이 없다.우리도 한번 소풍가겠다고 설레발에 두근거리고 싶은데 쏟아지는 화마가 너무도 뜨거워 옴짝달싹 못하겠다.
  천상 우리는 의문투성이 위로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꼭대기보다 바닥의 가장자리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나 보다.
에효~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