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누릅나무/전영관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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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 19:39
물에 불려도 다림질해도
불거진 무릎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한다
책상에 문드러진 팔꿈치도 매끈함을 잃었다
펴지지 않는 어깨는 누가 두드려주나
봄에 적어 놨던 산철쭉 주소와
기러기 울음을 채록한 악보를 주머니에 넣었는데
밑이 터져 버렸다 좋은 날 쓰려고 아껴 두었던
함박웃음 몇 조각도 간 곳 없다
안색을 거들어주던 깃은 주저앉았고
단추구멍은 채워도 삐걱거릴 만큼 헐겁다
아버지가 달아주신 채로 오십 년을 지나쳤으니
수시로 기워 주시던 어머니도 팔순을 넘겼으니
알아서 새로이 장만할 때가 된 거다
느릅나무 그늘에 한나절 기다렸다가 맞춤으로
그림자 한 벌 챙겨 입고 돌아갈 참이다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전영관/실천문학사
♡시를 들여다 보다가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 주변을 보니 나를 케어해 주던 이런 저런 것들도 나이를 먹었다. 따지고 보니 사실 나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다른 것들은 그대로 있는데 나만 늙어 간다면 서럽고 서럽고 또 서러울 것 같은데 다시보니 나 말고도 다들 나이를 먹었다.다만 내가 나이를 먹어도 그냥 있어주었으면 좋겠는 그런 것들은 멀쩡하게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일테면 어딘가 부족한 자식놈의 폼이 무너질라치면 이렇게 저렇게 다림질로, 매끈함으로, 함박웃음으로 채워주시고 주저앉은 안색과 삐걱거리는 단추구멍을 단단하게 기워 주시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쯤 일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바램은 희망일 뿐이고 내게 찾아와 먹으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나이라는 순리를 덥석 받아 먹고나니 나보다 먼저 당연한 순리를 취하셨던 어른들의 행보가 안타깝다. 그립다. 그리고 어쩔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그러자니 느릅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달랑 그림자 한 벌 맞춰입고 발길을 돌리는 것일 터.
불거진 무릎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한다
책상에 문드러진 팔꿈치도 매끈함을 잃었다
펴지지 않는 어깨는 누가 두드려주나
봄에 적어 놨던 산철쭉 주소와
기러기 울음을 채록한 악보를 주머니에 넣었는데
밑이 터져 버렸다 좋은 날 쓰려고 아껴 두었던
함박웃음 몇 조각도 간 곳 없다
안색을 거들어주던 깃은 주저앉았고
단추구멍은 채워도 삐걱거릴 만큼 헐겁다
아버지가 달아주신 채로 오십 년을 지나쳤으니
수시로 기워 주시던 어머니도 팔순을 넘겼으니
알아서 새로이 장만할 때가 된 거다
느릅나무 그늘에 한나절 기다렸다가 맞춤으로
그림자 한 벌 챙겨 입고 돌아갈 참이다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전영관/실천문학사
♡시를 들여다 보다가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 주변을 보니 나를 케어해 주던 이런 저런 것들도 나이를 먹었다. 따지고 보니 사실 나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 것이다. 다른 것들은 그대로 있는데 나만 늙어 간다면 서럽고 서럽고 또 서러울 것 같은데 다시보니 나 말고도 다들 나이를 먹었다.다만 내가 나이를 먹어도 그냥 있어주었으면 좋겠는 그런 것들은 멀쩡하게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일테면 어딘가 부족한 자식놈의 폼이 무너질라치면 이렇게 저렇게 다림질로, 매끈함으로, 함박웃음으로 채워주시고 주저앉은 안색과 삐걱거리는 단추구멍을 단단하게 기워 주시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쯤 일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바램은 희망일 뿐이고 내게 찾아와 먹으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나이라는 순리를 덥석 받아 먹고나니 나보다 먼저 당연한 순리를 취하셨던 어른들의 행보가 안타깝다. 그립다. 그리고 어쩔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그러자니 느릅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달랑 그림자 한 벌 맞춰입고 발길을 돌리는 것일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