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대설주의보/배 종영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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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3 11:36
대설주의보/배종영
습설(濕雪)이 하루 종일 내린다는 말.
참 아득한 말이다
아련한 말이기도 하다
그럴듯한 빌미로
분주한 세상 약속들 텅 비우고 나면
그 빈자리가 도무지 아늑하듯
묶이지도 않은 것이 저렇게
아득하게 온 마을을 덮을 수 있다
펄펄 날리는 분간(分揀)들
소나무들은 감당이라는 무게를
간신히 견디고 있는 중이고
강은 그 많은 눈을 받아 내고도 흔적조차 없다
세상의 적설량들은 모두
강을 피해 쌓인다
물소리는 오히려 잦아들고
사람의 물품들은 모두
대설 앞에서 간당간당하다
식어 가는 아랫목들은 불안한 눈금이고
목만 내밀어 어렴풋이 턱으로 가리켜도
이쯤과 저쯤으로 추측되는
샛길과 경계들도 한동안 쉴 참인데
공중엔 눈이 쌓이지 않아
새들은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시를 들여다 보다가
올겨울에 눈이 두번 내렸는데 모두 다 대설주의보를 동반했다.
살살 내리는 눈이 좋은데 요즘은 일이 벌어졌다 하면 다들 극한상황까지 가야만 하나보다.
특별히 최근의 눈들은 습설인지라 농가에 적지않은 피해도 입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그만큼 무겁게 내리는 눈들은 가벼워서 폴짝거리는 현대인들의 경고망동을 주저앉히고야
말겠다는 심성인 것이다.
오랫만에 내린 두 껀의 큰 눈들과 마침 감상한 시 한편!하루종일 내리는 큰 눈때문에 약속도 미루고 집안의 거실 통창을 통해 눈이 벌이는 작태를 관찰해 본다.
우리집 앞에 강물은 없지만 소나무는 보인다.시인의 눈처럼
감당이라는 무게를 버티고 있는 소나무의 위태로움을 공감이라는 눈으로 들여다보니 새롭다.
상상해보는 강물속으로 투신하며 자신을 녹여내고 있는 설화의 흔적도 가뿐하다.사실 그 많은 눈들의 떨어짐을 받아내며 흔적도 없이 감쪽 같을 수 있을까?
애시당초 사라지기 위해 이 땅으로 향하는 눈들의 모양은
흔적이 없는 강물을 피해 잠깐이나마 자신을 내 보일 수있는 사람의 물품들 위에 혹은 산간벽지 경계나 길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공중은 예외! 그래서 새들까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새들의 발자국까지 찾아내는 시인의 안목에 다시금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습설(濕雪)이 하루 종일 내린다는 말.
참 아득한 말이다
아련한 말이기도 하다
그럴듯한 빌미로
분주한 세상 약속들 텅 비우고 나면
그 빈자리가 도무지 아늑하듯
묶이지도 않은 것이 저렇게
아득하게 온 마을을 덮을 수 있다
펄펄 날리는 분간(分揀)들
소나무들은 감당이라는 무게를
간신히 견디고 있는 중이고
강은 그 많은 눈을 받아 내고도 흔적조차 없다
세상의 적설량들은 모두
강을 피해 쌓인다
물소리는 오히려 잦아들고
사람의 물품들은 모두
대설 앞에서 간당간당하다
식어 가는 아랫목들은 불안한 눈금이고
목만 내밀어 어렴풋이 턱으로 가리켜도
이쯤과 저쯤으로 추측되는
샛길과 경계들도 한동안 쉴 참인데
공중엔 눈이 쌓이지 않아
새들은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시를 들여다 보다가
올겨울에 눈이 두번 내렸는데 모두 다 대설주의보를 동반했다.
살살 내리는 눈이 좋은데 요즘은 일이 벌어졌다 하면 다들 극한상황까지 가야만 하나보다.
특별히 최근의 눈들은 습설인지라 농가에 적지않은 피해도 입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그만큼 무겁게 내리는 눈들은 가벼워서 폴짝거리는 현대인들의 경고망동을 주저앉히고야
말겠다는 심성인 것이다.
오랫만에 내린 두 껀의 큰 눈들과 마침 감상한 시 한편!하루종일 내리는 큰 눈때문에 약속도 미루고 집안의 거실 통창을 통해 눈이 벌이는 작태를 관찰해 본다.
우리집 앞에 강물은 없지만 소나무는 보인다.시인의 눈처럼
감당이라는 무게를 버티고 있는 소나무의 위태로움을 공감이라는 눈으로 들여다보니 새롭다.
상상해보는 강물속으로 투신하며 자신을 녹여내고 있는 설화의 흔적도 가뿐하다.사실 그 많은 눈들의 떨어짐을 받아내며 흔적도 없이 감쪽 같을 수 있을까?
애시당초 사라지기 위해 이 땅으로 향하는 눈들의 모양은
흔적이 없는 강물을 피해 잠깐이나마 자신을 내 보일 수있는 사람의 물품들 위에 혹은 산간벽지 경계나 길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공중은 예외! 그래서 새들까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새들의 발자국까지 찾아내는 시인의 안목에 다시금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