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아버지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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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아버지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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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이승하

볼품 없이 누워 계신 아버지
차갑고 반응이 없는 손
눈은 응시하지 않는다
입은 말하지 않는다
오줌의 배출을 대신해주는
도뇨관과
코에서부터 늘어져 있는
음식 튜브를 떼어버린다면?

항문과 그 부근을
물휴지로 닦은 뒤
더러워진 기저귀 속에 넣어 곱게 접어
침대 밑 쓰레기통에 버린다
더럽지 않다 더럽지 않다고 다짐하며
한쪽 다리를 젖히자
눈 앞에 확 드러나는
아버지의 치모와 성기
물수건으로 아버지의 몸을 닦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사타구니를, 허벅지를 닦는다
간호사의 찡그린 얼굴을 떠 올리며
팔에다 힘을 준다
손등에 스치는 성기의 끄트머리
진저리를 치며 동작을 멈춘다
잠시, 주름져 늘어져 있는 그것을 본다
내 목숨이 여기서 출발 하였으니
이제는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활화산의 힘으로 발기하여
세상에 씨를 뿌린 뭇 남성의 상징을
이제는 내가 노래해야겠다
우리는 모두 이것의 힘으로부터 왔다
지금은 주름져 축 늘어져 있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하나의 물건
나는 물수건을 다시 짜 와서
아버지의 마른 하체를 닦기 시작한다

♡시를 들여다 보다가

  집에서 쉴만한 나이가 되었으니 더 이상 나오지 않으셔도
된다는 간곡한(?)부탁으로 여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상황이다.그러다가 문득 이제 볼품 없어졌으니
그저 누워만 계시라는 명령을 접하기라도 한다면 나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은밀한 부위를 내 생각과 관련없이 몽땅
다 남에게 혹은 내 자식들에게 의탁하고 마네킹처럼 있어야 한다.혹자는 말한다.잘 죽는 것도 기술이다.나이가 들면 죽을
준비를 하나씩 둘씩 해야 한다는 것이다.남아서 죽음이라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나는 가고
없지만 슬퍼함이 배가 되거나 힘빠진 몸뚱아리를 고통 속에
바라보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 흔히 보이는 힘빠진 노인들을 힘겹게 케어하고 있는
내 또래의 자식들을 바라본다.그리고 이미 하늘나라에 먼저 가
계신 부모님을 생각한다.시 속에서 마른 수건을 짜내어 닦아내는 아들처럼 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나는 아픈 자식이
되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엄마의 마지막을 떠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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