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직선의 방식/이 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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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직선의 방식/이 만섭

GOYA 0 172
♡직선의 방식/이 만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단순한 정직이다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굿고 열리는 일이나
별빛이 어둠 속을 뻗쳐와
여과 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깃도
직선의또 다른 모습이다
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직선의 힘을 얻어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 인하여 빨래는
마음 놓고 햇볕에 말릴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는 빨랫줄로 말미암고
빨랫줄은 바지랑대 때문에 더욱 올곧아지는
그 기꺼운 방식

[2010 경향 신춘문예]시부문- 이만섭 '직선의 방식'

♡시를 들여다 보다가

 우리는 가끔씩 사람들을 대하면서 이렇게 이야기들을 하곤 해.
"에이 저누마 저거 넘 고지식하다니까!" 혹은 "에이 저놈 너무
단도직입적인 면이 강해!" "너무 직설적이야!" 이런 표현들은
한결같이 유연함을 배제한 채 한쪽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들이야.그런데 사실 한쪽으로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현대인들의 사회성에 비한다면
꼭 필요한 정직함일 수도  있겠지.좋으면 좋다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꼬이거나 구부러지지 않은 단순함 같은거.왜 항간에 이런 말도 있었잖아 "모두들 예하는 가운데서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이런이야기는다시말해서 아니다라고 하는 사람의수가 모두의 의견이 틀림에도 불구하고 훨씬 적으니 하는 소리일 터.암튼 우리는 들여다보는 이 시에서 정직함을 널어놓은 빨랫줄을 올곧게 받혀주는 바지랑대가 꼭 필요하다는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은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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