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벚꽃,그리고 낮달/장 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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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벚꽃,그리고 낮달/장 철문

GOYA 0 18
♡벚꽃,그리고 낮달/장 철문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가난다
구르는 것들은 소리를 낸다
벌들의 페달이
하늘빛이다

어머니의 파안대소 같은
멀리서 오는 아들을 위해 씻는 햅쌀 같은

햇살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나물 캐는 냄새가 난다

꽃들이 나무 굴리는 소리가 난다
나무가 흙을 굴리는 소리가 난다

어머니의 손녀딸이 웃음을 굴려
달려간다
쌀뜨물 냄새가난다

하늘에 낮달 구르는 소리가 난다

-장철문시집<비유의 바깥>中에서

♡시를 들여다 보다가

  벚꽃이 분홍에 지쳐 흩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이 흐드러짐 가운데 있다보면 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다.물론 내게 들려오는
소리는 시인의 귀에 들려왔던 소리는 아니다.
내가 들었던 소리는 씨끌벅적한 꽃구경 나온 사람들의 소리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는 다소 바지런한 소리정도?시인처럼
구르는 것들의 소리는 미처 못듣는다.어딜가나 사람 사람 사람들의 소리에 고즈넉한 소리가 묻혀 버린다.
꽃들이 수줍게 이야기 하는 조용한 때에 서 있노라면 내게도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나 햇살 구르는 소리 혹은 꽃들이 나무 굴리는 소리,나무가 흙을 굴리는 소리가 들려올까?
4월 하고도 보름이 가까와지는 이 때에 감았던 눈만 뜨게 되면
자동문처럼 열리는 꽃세상에서 고운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어본다.의식이 눈을 뜨고있는 한, 귀도 자동문처럼 열렸을 터인데 시인의 귀에는 들리는 저 소리를 나는 왜 못듣는걸까?
도대체 하늘에 낮달 구르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벌들이 페달을 밟는 소리는 얼마만한 크기로 다가올까?어머니의 파안대소쯤은 짐작이라도 가능하고 어머니의 손녀딸이 웃음을 굴려 달려가는 소리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모두들 펼쳐져 있는 꽃들의 웃는 소리와 경쟁하듯 카메라의
셔터를 요란하게 눌러대는데 혹시 그 찍혀지는 사진 속에
내 듣고 싶은 소리들도 수 많은 컷으로 고정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아무리 찾으려고 귀를 쫑긋거려봐도 소리는 사라졌는지 먹먹 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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