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 (巨詩記)-계란을 생각하며/유 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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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巨詩記)-계란을 생각하며/유 안진

GOYA 0 46
♡계란을 생각하며/유 안진

밤중에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

남이 나를 헤아리면 비판이 되지만
내가 나를 헤아리면 성찰이 되지

남이 터뜨려 주면 프라이감이 되지만
나스스로 터뜨리면 병아리가 되지

환골탈태란 그런 거겠지

-유안진 시집<나는 내가 낳는다>중에서

♡시를 들여다 보다가

  아내가 없는 집구석에서 배고픈 성찰중이다.시인은 밤중에
멍하니 앉아 득도(?)란 걸 해내고 있는데 나는 느닷없이 시장기를 느끼면서 시인의 성찰을 베끼는 중이다.
  그렇다.나는 똑같은 계란을 보면서 이 계란이 크거나 작은 것인지 혹은 희거나 노란 계란인지,오래되거나 신선한 것인지
들여다 보기에 매우 바빴다.그저 깨트려 기름에 적당히 튀겨진
프라이를 먹을 생각에 입맛만 먼저 다셨다.이래가지고야 뭐가
나올 턱이 있겠는가?
  수 십년간을 시를 쓰거나 콩트를 써 내려간들 <환골탈태>는
언감생심이다.싱싱한 계란이든 오래되어 상한 계란이든 탁하고
내리치거나 고이 감싸 병아리로 만들어 낼지 결정을 해야 일이 일어날 터.내 앞에 놓인 계란을 먹음직한 프라이로 만들어 먹을지 혹은 나를 덧씌워 샛노란 병아리로 만들지 고민하며 느껴보는 오후 한나절이다.
  그러나 이 고민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나는 결국 말만 이렇게 늘어 놓고 꼬로록 소리에 항복한 채 노랗게 익은 <계란
프라이>를 맛나게 흡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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