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내 삶의 예쁜 종아리/황 인숙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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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6 18:17
♡내 삶의 예쁜 종아리/황 인숙
오르막길이
배가 더 나오고
무릎 관절에도 나쁘고
발목이 더 굵어지고 종아리가 미워진다면
얼마나 더 싫을까
나는 더 얼마나 싫을까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오르막길이 많네
게다가 지름길은 꼭 오르막이지
마치 내 삶처럼
♡시를 들여다 보다가
문득 내 삶을 들여다 본다.
힘든 오르막길을 싫어하다가 꼬이게 된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
눈 앞에 나타난 작은 돌멩이가 싫어서 편하고 좋은 길만 찾다가 결국엔 커다란 바위로 좌절이라는 단어로 눈물 흘리며 후회하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는가?
내 삶의 예쁜 종아리가 있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을 헤치며 우뚝 선 끝에 거칠고 흉한 종아리에서 어여쁜 종아리로 그 모양을 바꾼 일이 있느냐 말이다.
숱한 어려움을 많은 오르막길을 오르듯이, 더욱 힘든 오르막을 거침없이 올랐더니 나도 모르게 예쁜 종아리로 변해 있었다는 전설(?)이다.
내게도 그 예쁜 종아리가 있었다.
바로 내 삶의 자체였다.
여태 살아온 자체가 예쁜 종아리다.
배만 볼록 튀어나와 종아리만 미끈한 다소 어울리지는 않는
그런 모양이지만 그래도 예쁘기만 하다.
다시 보게 된 예쁨을 사랑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