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깊이 묻다/김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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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巨詩記)-깊이 묻다/김 사인

GOYA 0 35

 ♡깊이 묻다/김 사인


사람들 가슴에

텅텅 빈 바다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길게 사무치는 노래 하나씩 있다

늙은 돌배나무 뒤틀어진 그림자 있다


사람들 가슴에 

겁에 질린 얼굴 있다

충혈된 눈들 있다


사람들 가슴에 

막다른 골목 날선 조선낫 하나씩 숨어 있다

파란 불꽃 하나씩 있다


사람들 가슴에 

후두둑 가을비 뿌리는 대숲 하나씩 있다


♡김 사인 시집<가만히 좋아하는>中에서


♡시를 들여다 보다가


정말 깊은 곳이 있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깊숙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아주 내밀한 장소...

바로 가슴속이다.

그런 가슴속에 텅텅 빈바다와 사무치는 노래와 날선 조선낫과

가을비 뿌리는 대숲들을 하나씩 숨기고 있단다.

이 시를 읽고 나니 지나치는 사람들의 가슴속이 궁금해진다.

살짜기 그 가슴속이 보일둥 말둥 의문부호를 찾고

너무도 깊어서 그 보임이 사실일지는 지켜봐야 알수있겠지만...

요즘 뭇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준 전철역 그 사람의 가슴속에는 날선 조선낫 하나가 숨어 있었던 것일까?

더 이상 숨어 있기가 어려워져서 그 깊은 곳에서 튀어나와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일까?

그 깊은 곳을 아는 사람은 바로 본인 자신이다.

내 안에 깊숙하게 숨어 있는 하나를 잘 보듬고 쓰다듬자.

비어있으면 비어 있는대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촉촉하면 촉촉한대로 다만 날이 서있으면 너무 날카롭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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