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직립의 방/배 영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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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1 10:51
♡직립의 방/배 영
나무꾼들은 알고 있다네.
저기 저 겨울나무들 속에
동그랗게 여러 겹으로
따뜻한 코일이 감겨져 있다는 것을.
사람 세상에서는 늙으면
온기가 떨어져 손발이 차고 저리다 하지만
저 나무들,늙을수록 더 많은 코일이 감겨
한겨울 추위도 끄떡없다는 것을.
어린 나무들
찬바람에 덜덜 떨 때
늙은 나무들 따뜻하다네.
삐딱한 기울기를 즐기는 지구는 안다네.
저 우람한 고목 속 방방마다 엔
따뜻한 봄들이
겨울을 피해 가득 들어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네.
저 나무들
사계절을 담아 따뜻한 칸칸을 만들지만
늙은이 얼굴에 세월이 그리는
겹겹의 능선은
차갑게 식어있다는 것을.
<시현실 2018.가을호>
♡시를 들여다 보다가
나무에도 방이 있었다.
추위를 나기위한 따뜻한 방이 있었다.
다만 나는 껍질에 감추어진 나무의 속사정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나무들이 겨울을 살아내기 위한 방법이 있었을 거란 다소 싱겁지만 진중할 그 사정을 나는 정녕 하나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날이 스산해지고있다.
그리고 두터운 껍질 속에서 따끈하게 코일을 데우며 준비하고 있는 늙은 나무들을 다시 쳐다본다.
그리고는 이내 글쓴이가 알아 채 버린 늙은 사람들은 나무들과 달리 추위가 오더라도 따끈한 코일이 없이 그저 차가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슬퍼지고야 만다.
나는 아니 나 만큼은 나무마냥 두텁지는 않더라도 접혀진 주름너머에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어야 좋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