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거시기(巨詩記)-가문의 열쇠/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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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巨詩記)-가문의 열쇠/이연수

GOYA 0 135

♡가문의 열쇠/이연수


심해의 물을 퍼올려 검은 먹을 간다

먹빛의 물은 수백년 가문의 역사

살림을 배우고 매운 시간과

우물 속 침묵을 벗기고

항아리를 건져 내

소금밭으로 구르니

서걱거리는 길 가시밭이었다


독안에 묻어 놓은 회한의 세월

아린 손끝으로

항아리를 닦고 지키며

햇살 한 줄기의 기운과

바람의 공기

비의 물방울 

눈의 얼음을 가져온다


장독대의 세상엔

콩의 두근거림이 고여 찰랑댄다

타들어 가는 갈증은

씨간장으로

햇간장으로

덧간장으로

씨앗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곳간 열쇠의 눈물로 흘러내린다


시할머니의 날선 백발의 서리가 내리고

밤새 얼어붙은 고택 종부의 장은

가문의 귀한 열쇠로 부활한다


<제33회 마로니에 전국여성 백일장 장려상수상작>


♡시를 들여다 보다가...


늘상 그 항아리들이 궁금했었다.

일목요연하게 아니 질서정연하게 전후좌우 열과 오를 맞춘 채 하늘을 향하고 그 큰 주둥이를 보란듯이 벌리고 앉아있는

항아리들의 내밀한 부분들...

이들 항아리에는 <서걱거리는 가시밭 길>이 있고

<콩의 두근거림이 고여서 찰랑대고> 

<독 안에 회한의 세월을 묻어놓았다>

<시할머니의 날선 백발의 서리가 내리고>있는

장독대의 세상엔 씨앗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눈물의 곳간열쇠

즉,가문의 귀한 열쇠가 살아 숨쉰다.

남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소금밭의 서걱거리는 느낌으로 앉아있더니

씨간장 햇간장 덧간장의 짭쪼름한 갈급함이 눈물로 흐른다.

고택 종부의 얼어붙는 고행(?)은 결국 가문을 살리는 귀한 열쇠가 된다.

여자이기에 그것도 종가집 규수이기에 아린 손끝도 귀하다.

여자들에게 감사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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