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래 화가의 화상탈출畵象脫出 2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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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6 20:38
조홍래 시인. 화가
사족蛇 2 걸레
사람이 살다살다 이렇게까지도 되는구나.
예전에 일본은 하수물을 정화해 식수로 마신다는 말은 들었다만
설사 그 물이 그렇게 맑고 깨끗해져 음용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인간의 뇌리에 하수물이라는 건 지워지지 않는다. 그 찜찜함을 마신다는 건 그리 상쾌하진 않을 것이다.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일 뿐이라고,
나는 행주도 되어보지 못하고 걸레가 되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을 암시하듯 노랗게 단풍든 은행잎이 흩날리는
식당 앞 도로의 보도블록에 걸터 앉아 배달앱을 뒤적이는
젊은 사장의 모자로 반쯤 가려진 얼굴의 표정은 감상자의 몫이다.
돌이켜 생각하자면 순순히 받아들이자 해도 너무 화가 난다.
내가 모자라 공모전에 이런 성적으로 받았다.
손 치더라도, 순순히 받아들이자 해도
누웠다 벌떡 벌떡일어나는 화가 후회처럼 들이 받는다.
설사 입선의 실력이라고 수긍해서 입선의 주변을 보니 이건 난장판이다.
기본도 안된 저 무리속에 미대 한국화 전공자가 끼어있단 것이,
아, 나는 도만 닦고 있어야 했었다.
걸레
조홍래
더럽다 마라
네 입이
더 더러울수 있다
걸레는
차라리 제 몸을 더럽혀
도를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