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일 수필가의 봉순이 누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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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일 수필가의 봉순이 누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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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누나 2


버스가 광주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봉순이 누나는 바쁘게 움직이면서 나에게 조금만 기다려라 하고선 사라졌다.

대합실은 한산하였다.

보따리를 힘겹게 끌고 가는 늙은 할머니가 보였고

어쩌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대합실을 빠져나가 추적추적 늦가을

비가 내리는 어둠의 길을 따라 사라질 때면 낙엽 지듯 쓸쓸해 보였다.

봉순이 누나의 심심한 당부를 잊지는 않았지만 터미널 대합실을 빠져나왔다.

광주를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었고 그런다고 내게 어느 일가친척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비를 맞으며 정신나간 사람처럼 어느 낯선 골목길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길 모퉁이에 위치한 포장마차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한 중년 여자가 순대를 썰고 있었고 국민학생으로 보이는 두 남매가 그 광경을 넋이 나간 듯 쳐다보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내 주머니에는 한닢의 동전도 없었다.

봉순이 누나에게 주머니를 탈탈 털어 "이 돈만큼만 태워주세요 " 하면서

모두 건냈으니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갈 곳이 없다라는 걸 느꼈고 방황하는 내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하는 순간이였다.

길을 잃은 강아지가 비를 맞으며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헤메이다가

마치 포근한 내 집으로 향하여 가는 것처럼 발걸음은 터미널로 발이 옮겨지고 있었다.

되돌아온 터미널은 을씨년스러웠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버스 한 대가 비에 흠뻑 젖어 들어오면 몇 사람이 내리고

그 발걸음들이 바쁘게 움직이면 사람들은 또 어디로 떠나고 없었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는 터미널 화장실에서 나오니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내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것이였다.

그 초라한 걸인의 모습으로 텅 빈 대합실을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다급하게 달려온 여자가 보였다.

바로 봉순이 누나였다. 봉순이 누나도 나처럼 비에 옷이 흠뻑 젖어있었다.

 비를 맞으며 날 찾아 다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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