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40 - 차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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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40 - 차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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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차범석의 '불모지'에서 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와 포용
민병식

차범석(1924-2006)은 전후작가로 분류되는 극작가이면서도 전쟁이라는 주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추구한 작가로 전쟁으로 인한 가정의 해체, 신구 세대의 갈등, 서민 사회의 문제점 등을 다루었으며, 유치진의 뒤를 있는 사실주의 극작가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1957년에 ‘문학예술’에 발표된 2막극으로 1960년 희곡집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에 수록되어 있으며 전후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신구세대의 갈등, 이로 인한 가족의 몰락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은 6.25 한국 전쟁 직후이며 공간적 배경은 서울 종로 중심가이다. 


주인공인 최노인 부부는 서울의 중심에서 혼인 때 쓰는 기구인 전통 혼구 대여업을 하며 살고 있다. 서울의 종로, 그 한복판에 고층빌딩이 건축되면서 최 노인의 낡은 기와집은 졸지에 빌딩 안에 고립되고 사업도 점점 쇠퇴하여 간다. 가족 들은 생계를 위해 집을 팔아서 교외로 이사갈 것을 집에 애착을 가진 최노인은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이 상황에서 장남 경수는 제대 군인으로서 오랫동안 실업자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고, 큰딸 경애는 영화배우를 지망하는 처녀로 생계는 출판사에서 힘들게 벌어들이는 둘째딸에 의해 겨우겨우 꾸려질 뿐이다. 취직이 되지 않은 장남은, 마침내 취업통지서가 전보로 전달된 그 순간에, 권총으로 보석상을 털려다 붙잡히고 영화배우 지망생인 큰 딸은 스타의 꿈을 위하여 자신의 몸까지 바쳤지만 사기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자살하고 만다.

최노인이 살고 있는 낡은 기와집과 주변의 고층 건물은 전근대적 가치관과 급격한 근대화가 되고 있는 사회상의 대립을 반영하고 있고, 낡은 집을 지키고자 하는 최노인과 이사가기를 바라는 자녀들의 마음은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제대군인인 맏아들 경수와 셋째 딸 경애의 비극은 전후 시대 상황의 암울함을 상징하고 있다.

최노인의 가족은 서로 간의 가치관에 따른 세대 갈등을 일으킨다. 전 후 어려웠던 세대 , 최노인의 가족은 근대화의 적응에 실패하였고 이는 최노인 가족 때문만은 아니다. 전후 시대 상황이 불모지 였던 것이다.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땅인 불모지인 그 당시의 상황은 최노인 뿐만 아니라 그의 자녀들 모두에게 해당되었다. 근대화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최 노인, 모순된 사회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맏아들 경수, 허영에 눈이 멀어 배우를 꿈꾸는 경애 등은 현실에 적응을 하지 못해 쓰러지지만 이를 무조건 사회 탓으로만 돌려서도 안될 듯 하다.

구시대의 전통을 버리지 않으려는 최 노인의 모습과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젊은 자식 들간의 갈등은 어쩌면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대간의 갈등을 최대한 축소하고 조화롭게 조정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구세대와 신세대가 서로 해결해나가야 할 일이다. 문명의 발달이 최고조에 이른 4차산업시대인 지금은 세대 간의 갈등과 이로인한 문제점은 없는가. 나이든 사람이 시각에서 젊은 애들은 싸가지가 없고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기성세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꼰대다.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지금도 회사에서 선 후배 직원 간,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 팽배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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