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8 - 프레드릭 베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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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8 - 프레드릭 베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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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프레드릭 베크만의 '불안한 사람들'이 전하는 말,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민병식

사람들은 누구나 정도는 다르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삶 그 자체가 주는 불안부터 생계, 결혼, 혼자인 삶, 아이를 맞이하는 삶, 상실의 삶, 죽음에 이르는 병 등 삶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면모를 태생적으로 선사한다. 우리에게 '오베라는 남자'로 잘 알려진 스웨덴의 신성 ​프레드릭 배크만(1981 ~ )의 작 '불안한 사람들'을 보기로 하자. 


이 소설은 불안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까지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어느 외곽 도시의 아파트 오픈 하우스( 우리나라
와는 다르게 모두 모여 한꺼번에 보도록 일정 기간 집을 말 그대로 구매 희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픈함)에 모이고 갑자기 뛰어든 은행강도 때문에 일생일대의 인간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새해 이틀 앞둔 날이다. 갈 데 까지 가버린 은행강도는 하필이면 현금 없는 은행에 들어가 6천5백크로나(한화 88만원정도)를 요구한다. 이건 한 달 간 월세이다. 은행원인 '런던'이 현금 없는 은행이라고 하자 당황한 나머지 아파트 매매 오픈하우스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은행 강도에서 인질범이 된다. 어쨋든 은행 강도 은행 직원 런던과의 대화로 열이 받아있던 상태라 총을 꺼냈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오픈 하우스의 여자 하나가 권총을 보고 놀라자 사과를 한다. 몇 분 뒤 건물 앞 도로에 기자와 카메라로 가득 찼고 뒤이어 경찰이 온다.

은행 강도는 은행 털이는 실패했지만 인질 극은 어찌 보면 성공한 셈이다. 알고보니 은행강도에게는슬픈사연이 있었다. 은행에 잘못된 투자로 모든 걸 다 잃었고 부양하는 어린 자식들이 있었고 자기 배우자가 자신의 상사와 불륜이어서 일자리도 잃고 배우자도 잃었다. 그 와중에 경찰은 인질 극이 처음이라 인질극이 벌어졌을 때의 대처 법을 구글링하고 있다.인질 중에 한 부부가 부부 싸움을 하면서 오히려 은행 강도가 눈치를 보고 그러다가 은행 강도는 계속 흐느껴 울고 울고 있는 은행 강도에게 한 할머니가 물 한 잔을 주면서 위로하고, 이 할머니를 기점으로 인질 아닌 인질들과 은행 강도가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그러다가 은행 강도가 용서해 달라는 말에 인질들은 은행 강도의 탈출을 도와주게 된다.

은행 강도는 이혼 소송 중이고 월세 낼 돈이 없으면 아이들을 뺏어가겠다는 변호사의 말에 은행 강도를 하려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그냥 총에 맞아 죽어도 된다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인질 중 한 사람이 이를 막으며 이런 일까지 벌였는데 포기하지 말라며 응원을 해주고, 다들 배가 고프다고 피자를 시킨다.한 인질이 말하길 이런 경우는 경찰이 피자를 공짜로 준다며 먹고 싶은 피자가 뭐냐고 묻고 자기 기호대로 시키는 웃기는 인질들집에 가고 싶다면서 우울한 은행 강도의 모습이 어리숙하다.

이야기의 전개는 먼저 경찰이 경찰서에서 인질들을 조사하고 있는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다음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오픈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인질들과 은행 강도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경찰은 인질이었던 사람들을 돌아 가면서그 당시 상황을 듣는데 인물 각자가 개성이 있어 그 인질이었을 때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개인적인 얘기도 필터 없이 막 꺼낸다.

오픈 하우스에서 인질들은 다투기도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하기도 한다. 피자가 오기 전 은행 강도가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사과하며 자기는 여기 있을 테니 모두들 나가라고 했고 눈물을 흘리자 다들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지 앞다투어 대책을 내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는 피자를 먹고 계획을 세우고 아파트 입찰도 하자며 힘을 냈다. 피자가 오고 은행 강도가 받으러 갔는데
그녀가 먼저 피자를 들고온 사람에게 경찰임을 묻자 맞다며 경찰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더니 측은했는지,이미 은행 강도를 남자라고 설정했다고 숨어있거나 여기 사는 척하라고 하니 그녀는 왜 이렇게 까지 배려해주냐고 묻자​ 엄청난 실수인 걸 알지만 체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인질 석방 조건으로 폭죽을 터뜨려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한다.

인질 극은 극한으로 치닫지 않고 무사히 풀려난다. 누군가의 핏자국만 남아있을 뿐 은행강 도는 사라진다. 인질들은 모두 저 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다. 동성 커플, 부동산 투자에 재능이 있는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함께 뛰어든 아내, 딸의 집을 구해주기 위해 왔다는 노부인과 금융사태로 모든 재산을 잃게 된 남자가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고했던 사건과 연관된 사람 등 오픈 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불안감을 갖고 살아간다. 은행강도는 끝내 잡히지 않는다. 은행 강도의 인질들부터 경찰까지 치밀하게 은행 강도를 보호한다. 은행 강도가 어떤 인물이지를 보여줌으로써 반전을 불러일으키고 불안함 속에서 세상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감동의 휴머니즘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불안한 시대에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코로나 19의 펜더믹에 경제는 무너져가고 집값은 천정 부지로 뛰어올라 평생 내집 장만은 꿈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청년은 직업을 구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있고 국제사회의 긴장 관계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은행 강도와 그녀를 둘러싼 인질 들의 헤프닝은 인간 사이의 연대를 강조하여 인간의 사랑만이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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