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7 -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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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7 -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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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성석제의 단편 ‘이 인간이 정말’에서 보는 의사소통의 핵심, 경청

‘이 인간이 정말’은 2008년부터 2012년 까지 성석제(1960~ ) 작가가 문학잡지에 실었던 총 8단편의 단편을 수록한 단편집으로 그 중 ‘이 인간이 정말’이라는 이 작품은 단편집의 표제작이다. 

엄마의 주선으로 나온 삼십 대 후반의 남자와 여자가 선을 본다. 요즘 말로는 소개팅이다. 그런데 남자는 앉자마자 입을 열기 시작해 테이블 위에 오르는 식재료를 주제로 인터넷에서나 습득함직한 잡다한 지식을 쫙쫙 늘어놓는다. 입은 먹기 위해서가 아닌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계속 나불거리기만 하는데 여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여자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마블링이 잘 된 고기는 건강하지 않은 소이고 전 세계에서 소들이 어떻게 키워지는지, 가축의 사육 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먹 거리 오염 문제, 닭들은 알을 낳기 위해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비위생적인 아이스크림의 기원, 중국 매춘업소 이야기까지, 음식을 앞에 두고 밥맛 떨어지는 말만 골라서 한다. 정상적으로 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니면서 풀 뜯어 먹고 되새김질을 하며 자란 건강한 소는 마블링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근데 지겹다.

「“처음 데이트 하는 자리에서 기후 변화나 온실가스,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해 열나게 이야기하는 남자는 다음 데이트를 신청해서 응낙을 받을 확률이 제로라더만 ‘빵, 영, 떡’ 씨~팔,“

“맞아요. 그건 백 퍼센트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 본문 중에서

남자는 여자의 립밤을 가리키며 “그거 자꾸 칠하면 중독이라던데, 거기다 중독성 물질을 넣었대, 그 성분중에는 입술 조직을 괴사시키는 것도 있다더라.”하고는 자리를 떠난다.

남자가 자리를 떠난 뒤 남은 여자는 그제야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하고 소리 내 말한다.

부모님 덕분에 건물을 관리하며 백수로 지내는 남자와 그 부모님 밑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의 맞선이라는 설정이 재밌다. 부모를 잘 만나 건물 관리를 하고 지내지만 남자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었을까. 부모의 백 그라운드에서 나오는 위세를 말로 풀어내려 했을까. 남자의 몰상식한 주절거림을 끝까지 들어준 여자의 인내가 대단하다. 아마 직장을 짤리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종종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 들이 있다. 그들은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대화는 사회적 상호작용임에도 중간에 끊는 비 매너를 보이기도 한다. 소통의 문제다. 경청은 상대방을 향한 배려의 시작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며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긴다. 즉, 자신의 말을 늘어 놓으며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피상적인 관계일 뿐이지 진심으로 상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탈무드에 ‘신은 두 개의 귀와 하나의 혀를 주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일것이다. 작가는 계속 자신의 말말 주절거리는 남자의 이기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인간관계의기본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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