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4 -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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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4 - 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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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위화의 '인생'에서 보는 그 어떤 삶이라도 소중하다
민병식

위화(1960~ )는 중국 저장성 출신으로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고 첫 장편소설 ‘가랑비 속의 외침’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으로 작가로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 이 작품은 중국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199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수상작 ‘인생’의 원작 소설로 저자는 소설의 서문에 미국의 민요 ‘톰 아저씨’를 거명하며 늙은 흑인 노예가 평생 고통 받으며 힘든 삶을 살고 가족 들 모두가 죽고 혼자 남은 이야기를 노래한 가사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이에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고 했다. 


소설 속 '나'는 민요를 수집할 요량으로 찾아간 시골에서 그 자신만큼 늙은 한 마리 소와 함께 밭을 갈고 있는 ‘푸구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을 만난다. 푸구이 노인의 기이한 언행에 호기심을 느껴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로 대화가 이어지면서 파란만장한 노인의 한 평생에 걸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소설은 푸구이 노인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인데 푸구이 노인이 어머니와 아버지, 부인과 아들 딸, 사위와 손자를 차례대로 잃고, 인생의 끝자락 무렵에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민요수집가인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내용이다.
푸구이는 본래 남부러울 것이 없는 지주 집안 출신의 아들이었고, 아내 '자전'을 만다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았으나 전문 도박꾼 ‘룽얼’에게 걸려 도박으로 재산을 통째로 잃게 된다. 하루아침에 모든 땅을 잃고 몰락하게 된 푸구이는 뼈빠지게 가난한 삶을 살게 된다. 결국 이전의 방만했던 태도를 버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소작할 땅을 빌려 농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데 이때부터 푸구이 가족은 비극으로 점철된 삶을 산다.

어머니의 병환을 살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성 안에 있는 의원에 가던 길에서 푸구이는 국민당군에 붙들려 그 길로 강제 징용되고 수년 간 국공내전의 한 가운데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해 귀향한다. 그 사이 어머니는 죽고 딸 ‘펑샤’는 열병을 앓아 벙어리가 되고 아들 ‘유칭’도죽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딸 펑샤는 시집을 가서 출산을 하다가 죽고, 아내는 오랜 구루병으로 병사하며 유일하게 사위와 손자도 죽고 결국 푸구이 혼자 남는다. 해방 이후 기존의 땅들은 국가 소유가 되고 푸구이에게서 도박으로 뺏은 땅의 주인은 인민군에 의해 총살당하게 된다. 푸구이는 모든것을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푸구이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 중국 민중의 삶의 단면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 국공내전의 참상이나 당시 통치 상황, 문화대혁명 때 자행된 사건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민중이 겪었을 구체적인 생활상을 알 수 있다. 푸구이는 지주의 죽음을 보면서, 그 뒤 이어지는 삶에서 무력하게 접하게 되는 가족의 죽음 앞에서 개인의 힘으로는 당장 어찌해볼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이 작품은 세상을 능동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적극적 생각에 한없이 미약하고 결국 운명에 순응해 살아가는 인간의 미약함을 본다. 푸구이는 나중에 돈을 벌어 시장에 소를 사러가는데 늙은 소 한 마리가 도살될 위기에 처하자 불쌍해서 그 소를 사게되고 자신의 이름과 같은 ‘푸구이’라고 이름을 지어 준다. 그 힘든 삶을 어찌 버티며 살았을까. 아마 중간에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삶이란 그저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사는 것인가. 아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무엇이든 부딪쳐가면서 사는 것인가.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삶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며 살아가는 푸구이의 삶 속에서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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