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문학칼럼 32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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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 문학칼럼 32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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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박완서의'지알고 내알고 하늘이 알건만'에서 보는 양심없는 사람들
민병식

이 작품은 박완서 작가가 54세의 나이에 발표한 소설이다. 중풍 든 한 노인 앞에서 두 사람의 각기 다른 태도를 통해 현대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이기심, 권력지상주의, 인간성의 상실 등을 거세게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다.

성남 댁은 시장에서 광주리를 이고 다니며 행상을 하고 있고, 그에게는 아들과 며느리, 손주 가있다. 진태 엄마는 홀 시아버지가 중풍에 걸리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열 세 평 짜리 아파트를 주겠다며 간병을 위해 성남 댁을 불러들인다. 성남 댁은 영감을 정성으로 간병을 하였지만, 노인네는 2차 중풍이 들고 결국 성남v 댁은 진태 네로 들어가게 되는데, 2차 중풍이 들어 아들네인 진태 엄마네로 들어오고 나서도 영감의 식욕은 줄지 않았지만, 진태 엄마는 시아버지에게 밥은 반 공기, 라면은 반개 이상 주지 않는다. 영감은 말도 못하고 늘 눈으로 걸근걸근했다. 그러나 성남 댁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영감은 하루하루 야위어 가며 죽어간다. 성남 댁은 영감이 죽은 것이 아니라 사그라진 것처럼 여겼다.

영감이 죽자 아들인 진태 아빠는 성남 댁을 체면 때문에 빈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진태 엄마는 곡기를 끊은 채 시아버지의 죽음을 애통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구차에 오르기 전 조객들이 초상나겠다며 며느리인 진태 엄마더러 병원에 가서 링거라도 맞으라고 하지만 진태엄마는 기어코 영구차에 올라탄다. 조문객들은 여기저기서 아직도 저런 효부가 있다니 하면서 수군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인기 배우의 연기를 구경하듯이 얼빠진 얼굴로 들여다 보기도 한다.

​장례식에서 주연은 망인이 아니라 진태 엄마였다. 남편도 연기가 좀 지나치다 싶었는지 조객들에게 아내의 이야기를 한다.

“이 사람이 워낙 아버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셨으니까 그만큼 충격도 컸겠지만 몸살도 날 만해요. 꼬박 열 달을 대소변을 받았으니까요. 성질은 또 지ㄹ같이 깔끔해서 뭘 대강대강 하는 건 모르니까 그 고초가 이만저만했겠어요?”- 본문 중에서 -

사람들은 더욱 크게 감동하고 있었지만 성남 댁은 무안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주변의 모든 것들은 가짜이고 오직 혼자 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남 댁은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떠난다. 아파트 열 세평은 받지 못했지만 그동안 영감이 주었던 돈을 모아둔 것을 아들에게 줄 것을 생각하니 즐겁고 신이 난다.

"아파트 한 채는 지 알고, 내 알고, 하늘까지 아는 일이건만 어쩌면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여넘길 수가 있담. 천벌을 받을 년. 성남댁은 진태 엄마한테만은 더 걸찍한 욕을 해줘야 속이 후련할 것 같은데 삼 년 동안 점잖은 집 체면 봐주느라 잊어버린 욕은 쉬 살아나지 않는다. 그녀는 욕 대신 카악 가래침을 한 번 뱉고 나서 걸음을 재촉하며 아들, 며느리, 손주보고 싶은 마음은 걸음을 앞질러 애꿎은 엉덩이 짓만 한층 요란하게 했다."
- 본문 중에서 -

​이 작품은 하층민인 성남 댁과 중산층 가정인 진태 엄마와의 비교를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면과 양심의 타락을 비판하고 있다. 비록 성남 댁은 가난한 아들 걱정으로 집 한 채를 받기로 하고 노인의 병간호를 하지만 간호하는 때 만큼은 성실하고 성심껏 간호를 한다. 반면, 며느리인 진태 엄마는 라면 한 개, 쌀 한 공기를 아끼면서도 사람 들 앞에서는 엄청난 효부인 것처럼 본모습을 감춘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천 년 만년을 살 것처럼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온갖 치졸한 짓을 하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성인군자 같은 진태엄마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며 감사할 줄 아는 성남 댁 같은 사람들도 많다. 진태 엄마의 모습이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도 가짜가 판치는 세상을 말하고 있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있는 진실을 거짓으로 포장하는 위선의 삶이 대접받는 세상이 된다면
배금주의, 물질만능, 권력지향주의, 이기심의 만연 등은 인간을 인간이하로 만든다. 잘못을 알면서도 욕심을 부리는 것은 죄악이다. 잘못했으면 잘못한대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대로 미안해하고 사죄하면 될 일이다. 이 시대의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가, 비 도덕적인 사회지도층, 권력욕에 찌들어 사는 자들은 끝까지 양심을 저버리고 진시황같은 영생불사의 삶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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