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민 시인의 좌충우돌 화원畵園 1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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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2 15:11
클로버 꽃
양승민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
감옥 같은 좁은 곳에서
곧추설 수 있는 척추가 없기에
어느 높이도 가늠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짓밟힐수록 더 꿈틀대는 생명력
마디마다 투혼 서린 뿌리를 내려
모진 곳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마냥 그 자리가 그 자리
한걸음도 나아가기 힘든 냉혹한 현실에 좌절한다
사력을 다해
흙수저의 굴레를 극복하려 할수록
제자리걸음만 거듭할 뿐인
우리네 삶과 오버랩되는 클로버의 한살이
고달픈 일만 계속된다면
인생이라는 여정을 완주할 수 있을까
하얀 꽃 흩뿌려진 초록바다에서
풀꽃반지 끼워주며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고
채색되지 않은 꿈을 나누는 순간이 있어서 살만하다
세 잎 클로버 같은 평범한 일상에
어쩌다 한번쯤은
네 잎 클로버의 행운*이 찾아오기를
* 네 잎 클로버 꽃말
* 그림은 작가가 그린 유화입니다
20M(72.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