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1 스토리가 있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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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명호 시인의 도라지 수필 1 스토리가 있는...1

소하 0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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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명호 시인. 수필가



전원의 꿈

                         

꼬끼요~~

냐 아옹~~

징하니 더운 폭염 열기에 자라나는 작물들도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어 버린다.


열대야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지속이 되어 아침에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무겁고 눈두덩에 눈꺼풀 내려앉아 천근 같으니

그나마 오랜만에 내리던 소낙비는 단비 되어 내릴 듯 하고서는 새벽이 되어 낙숫물 소리 안 들리는데 비가 그친 모양이다.


밤새 내리든 비가 그치어 들어 뒷간에 닭들이

이른 새벽부터 문 열어 달라고 왁자지껄 소란들 피우고서 철망 문에 매달려져 있었다.


비가 온 후인지라 산비탈에 숨어있던 지네들 기어 나오기 무섭게 백봉계 닭들에 먹잇감 그네들만의 만찬이라

요란스레 먹이 쟁탈전이 벌어지고 이는 성찬이라 그래서인지 몰라도 방사를 하여둔 덕택인지 여러 마리 닭들은

잔병치레 없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거기에다 집 주위에 잡충들 정리 청소부 역활 제대로 하고서

여기에다 닭들의 배설물들은 그대로 아주 훌륭하니 풍부한 거름이 되어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주고 있다.


닭장에 빗장문 열어두어 닭들 빠져나간 닭장 안에 특급 사료 먹이 넣어두고 텃밭을 쳐다보니

올봄에 심어둔 고추는 더워 그런지 도통 성장이 더디다 싶다.

그나마 밭 두둑에 심어 둔 옥수수도 얘기 키만 하게 성장을 멈추고 있어 올해에 강냉이 맛이나 볼런가 싶어진다.


시골이라 퇴직 이후의 전원생활을 즐기려 해야 해서 들어왔더랬는데 일거리는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일 걱정은 아예 말고서 그나마 들어올 때 나름 문화생활을  꿈도 꾸어 보았는데 일장춘몽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고

이러니 늙어 고생이라 여자들이 시골 생활을 기피하는 이유를 알아낸 건 이곳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손톱에는 잡초와 흙으로 도배를 하고 일이 힘이들어 핑계 삼아 한 병, 두 병 술병만이 늘어가니

들어온 지 오래잖아 자연스레 촌 노인네가 되어가는 듯하다.


주위를 둘러보아 보이는 건 자라나는 작물들과 반려동물들뿐이고

어디 장거리 외출은 꿈도 못 꾸고서 혹여 출타하더라도

늦은 밤이 되어서라도 반드시 집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걸 터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래도 그 이전에 나름 전원주택에서의 달콤하니 꿈꾸어왔던 로망의 꿈을 향하여 영글어 가고 있으니

푸념도 없이 주어진 일상에 감사하고 행복하니 또 하루를 보낸다고 하여 오늘 지나면 또 다른 내일이 오겠다고 하며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내일이 오는가 보다 한다.


잠시나미 휴식도 잠깐이라 돌아다보니 반려견 강아지도 제 밥값 한다고 짖어대는데

제 딴에는 화재 위험신호 보내는데 난 낮잠 자러 가는 거로 보여져 꼬리 살랑거리며 이내 그늘막 찾아 들어가 버린다.


타는 냄새 현관문으로 흘러나와 주방으로 황급히 달려가 보니 간식거리 요량으로

올려놓은 감자 타는 냄새 연기되어 나오고 있으니 또 다른 비상사태이다.


올해 들어 세 번째인가!

얼마 전에 구매한 스테인리스 식기인데 또 태워버렸다.

그나 냄비 안은 새까맣게 그을리어 감자는 없어지고 이는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린 요즘의 일상이다.


어디 중고 냄비는 없는가?

아니면 다음 장날에 또 다른 냄비나 구해와야지!

신나는 건 고물장수가 제일 반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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