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의 행복한 서평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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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식의 행복한 서평 10

제임스 0 2000

[서평]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민병식

도서명 :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클럽
저 자 :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출판사: 이덴슬리벨 

메리 앤 섀퍼는(1934 - 2008) 미국 소설가로 여러 곳의 도서관과 서점에서 일했고, 지역신문의 편집을 맡기도 했다. 메리는 실제 어떤 이유로 영국을 방문했다가 소기의 목적을 포기하고 우연한 기회에 건지 섬을 들르게 된다. 섬을 둘러보고 떠나려던 날 안개로 인해 비행기 출항이 취소되어 본의 아니게 건지 공항 내 서점에서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만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기에 관한 책들을 읽었고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고 메리가 속한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건지 섬에 대한 글을 쓰라고 재촉했고 그리하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탄생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의 저자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인데 저자 메리가 집필을 마치자마자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책 마무리를 하기엔 기력이 너무나 쇠하여 자신의 조카에게 책의 마무리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고로 이 책은 이모와 조카 사이인 메리 엔 섀퍼와 애니 배로스, 저자가 두 명으로 되어있다.

건지 섬은 실제로 있는 섬이다. 프랑스의 노르망디와 영국의 남단 사이에 있는 영국해협에 있으며 그 중 여러 개 섬의 집합체인 채널 제도에 속해 있다. 영국 왕실 소유의 자치령이나 자체 입법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영국 본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프랑스 해안에서 불과 48㎞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가깝다. 따라서 주민의 생활양식도 프랑스풍이 짙고 언어도 노르만 프랑스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5년간 독일군에 의해 점령당하기도 하였으며, 당시 섬 전체가 영국을 점령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되는 등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작품은 작가인 주인공 줄리엣이 헌 책을 매개로 영국 채널 제도의 건지 섬 청년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시작된다. 어느 날 여류작가 줄리엣에게 건지 섬의 돼지치기 도오시의 편지가 도착한다. 줄리엣은 소장하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팔아버렸는데 그 책이 바다 건너 건지섬까지 흘러 들어가 도오시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책 앞에 줄리엣의 주소가 적혀있어서 도오시는 줄리엣에게 편지를 써서 찰스 램의 책을 구해달라고 얼굴 두껍게 편지를 쓴 것이다. 줄리엣은 친절하게 답장까지 보내주고 도오시는 이게 고마워서 또 편지를 쓰고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 이야기도 하게 되고 궁금해하는 줄리엣을 위해 회원 들과 섬 사람들에게 말해 그녀에게 적극 편지를 쓰게하는 활동을 펼친다.

2차 세계대전 독일군에게 점령 당한 영국의 건지섬, 어느날 밤, 날카로운 독일군들의 감시망을 피해 모인 건지섬 마을 주민들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돼지구이파티를 연다. 식량이 부족하여 원래 돼지고기는 독일군의 몫이지만 그들은 숨겨놓은 돼지로 파티를 벌였던 것이다. 술과 함께 거나한 파티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통금시간이 지나서 쥐죽은 듯 살금살금 걸어 집엘 가려는데 그 중 한명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 좋아진 기분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즉시 경비병에게 걸린 위기상황에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탄생한다. 그 위기의 순간에 엘리자베스란 여자가 기지를 발휘한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하면서 그 책이 독일문학을 찬양하는 훌륭한 책이었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하며 북클럽모임이 탄생되었다.

북클럽의 회원을 다양하다. 독일군 몰래 돼지를 숨긴 아멜리아, 어부 에번 램지, 마녀라고 불리는 이솔라, 주인 행세하는 하인 존 부커, 넝마주이 윌 시스비, 돼지치기 도오시 애덤스, 그리고 그들을 불러모은 엘리자베스 메케너, 나치 점령기간 5년을 책과 우정으로 버티게 해준 주인공이 엘리자베스였다. 그녀는 독일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킷을 키우고 있었고 북 클럽의 실질적 리더이자 지휘자 였다. 다수의 사람들이 편지에서 언급한 엘리자베스는 의협심이 강하고, 정의로우며, 용감한 여성이었다. 독일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어린 딸을 남겨두고, 도망친 죄수를 돕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엘리자베스가 이 책을 이끌어 간다.

당시에는 독일군의 편에 서서 독일군으로부터 무언가를 얻는 사람들도 있고 매춘부도 있었다고 한다. 독일군이 식량을 먹을 것을 염려하여 영국 수상 처칠의 반대로 이 섬에는 식량 조달이 금지되고 섬 사람들과 독일군은 고양이를 잡아 먹기도 하던 어려운 시절이었다. '감자껍질파이'는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북클럽 회원들이 모인 시간에 다과가 빠지면 섭섭했던 윌 시스비가 비록 버터와 밀가루, 설탕은 없지만 감자껍질로 파이를 구워 내어 놓았기에 "건지 감자껍질파이"가 됐다. 그러니까 다소 우스웠던 이 제목 속엔 아픈 건지섬의 역사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면서도 '책'을 통해서 서로의 사랑과 믿음을 단단히 구축해 나 이 시기를 살아낸다. 책을 통해 치유하고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다. 독일인이라면 치를 떨지만 몰래 약을 가져다 주는 착한 독일군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모든 독일인이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알고 있고, 강제로 끌려와 굶어죽는 수용소의 노동자들을 돕는다. 모두가 전쟁의 피해자 들이다.

런던에 사는 줄리엣이 건지 섬에 있었던 가슴 아픈 역사를 알아가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어려운 시절에 우연히 결성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으로 서로간의 우정을 돈독히 쌓으며 시련을 견뎌낸 건지 섬의 주민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섬으로 날아온 줄리엣 등 힘든 시기를 책과 우정으로 함께 이겨낸 건지 섬 사람들의 인간미가 풍성한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코로나 19로 국가경제는 힘들고, 국민 들은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자영 업자, 소상공인 들은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인간같지 인간들은 부동산 투기로 피같은 국민의 돈을 등치고 수천억 씩 부당이득을 취한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우리 아버지,어머니 세대가 감자껍질 파이 같은 형편없는 음식으로 연명하며 전쟁의 폐허에서 일으킨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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